예산안 시정연설, 국민의힘 불참하며 반쪽짜리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연단에 오르면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정당 의원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 계단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침묵 속 시위를 벌였다.
4일 오전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관은 이른 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통령 입장 시간에 맞춰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청 1층 로텐더홀 계단에 집결해 침묵 시위에 나섰다. 의원들은 검정 마스크와 어두운 색 정장을 착용한 채, 왼쪽 가슴에 '자유민주주의' 문구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고 로텐더홀 계단에 줄지어 섰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약 50여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지도부는 '근조 자유민주주의'라고 적힌 영정 액자를 앞세웠고, 의원들은 각자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야당 탄압, 불법 특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보좌진들도 함께 시위에 나서 '야당탄압 STOP! 정치보복 OUT!'이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펼쳤으며, '야당을 향한 칼끝은 국민을 향한다'는 문구도 내걸렸다.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 직전, 경호를 이유로 본청 출입구 주변 취재 활동이 통제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카메라를 왜 막느냐!", "방해가 안 되는데 왜 막아!" 등의 항의가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을 맞기 위해 로텐더홀로 나와 있던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고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우원식 정신 차려!", "우원식 들어와라! 쪽팔리게!", "체통을 지켜라! 한심하다!", "우원식 X 팔려!"라고 외쳤다.
이 대통령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더 격해졌다. 이들은 "재판 속개하라", "재판 받으세요", "범죄자", "X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통령이 의원들을 향해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잠시 침묵하기도 했다. "악수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라는 외침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로텐더홀을 지나 사전 환담장으로 이동했으며, 미소를 띠고 한 손을 들어 인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이 자리를 뜬 뒤에도 "이재명식 정치탄압 폭주정권 규탄한다! 민주당식 정치보복 국민들은 분노한다!"는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이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는 입장하지 않고, 의원총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별도로 모임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빈 의석을 둘러본 후 "좀 허전하군요"라는 한마디로 불참 사태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연설은 약 22분간 이어졌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 곳곳에 박수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과와 내년도 예산안 방향을 설명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총 30차례 이상 박수로 호응했다.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는 발언에는 환호성도 나왔으며, 연설이 끝난 뒤에는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비록 여야 간 입장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설 종료 후 대통령은 본회의장 중앙 통로 대신 왼편 통로로 이동해 소수 정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