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은행' 덕에 15조원 순익 거뒀지만 건전성은 '경고등'

입력 2025-11-04 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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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익 9.9% 상승...고정이하여신비율 1% 돌파,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하락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부문의 이익 증가에 힘입어 1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부실 채권 비율이 상승하고 손실 흡수 능력은 뒷걸음질치면서 자산 건전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은행 및 비은행 등 10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iM·BNK·JB, 한투·메리츠)의 연결당기순이익은 15조4천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4조556억원) 대비 1조3천872억원(9.9%) 증가한 수치다.

금융지주사의 총자산도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3천867조5천억원으로, 지난 2024년 말(3천754조7천억원)보다 112조8천억원(3.0%) 늘었다.

이번 호실적은 핵심 자회사인 은행 부문이 견인했다. 상반기 중 은행의 개별당기순이익은 10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6천898억원(19.3%)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이익 비중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59.0%로 1년 전보다 4.6% 높아졌다.

금융투자 부문도 2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9% 성장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보험 부문의 순이익은 2조4천억원으로 3.8% 감소했으며,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순이익은 1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자산 건전성 지표는 악화됐다. 금융지주사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04%로, 지난해 말(0.90%) 대비 0.14% 상승했다. 부실 채권 규모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위기 대응 능력이다. 부실 채권에 대비해 쌓아두는 완충재인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04.3%로, 지난해 말(122.4%)보다 18.0%나 하락했다. 벌어 들인 이익은 늘었지만, 잠재 부실에 대한 방파제는 낮아진 셈.

다만, 자본 적정성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은행지주사의 총자본비율은 15.87%, 기본자본비율은 14.88%, 보통주자본비율은 13.21%로 전년 말 대비 각각 소폭 상승했으며, 8개 은행지주 모두 규제 비율을 상회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금융지주사들에 선제적인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한 완충 능력 확보를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 등 금융권 전반의 잠재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회사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금융지주의 적극적인 감독 및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자회사 간 연계영업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첨단산업·스타트업 등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지주의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