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잠수함 승인하되 '미국 필리조선소' 건조 못박아
설비 전무한 필리조선소, 7조 투자해도 고도화에 막대한 시간
기술 이전 제약·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산더미 과제 남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하지만 건조 장소를 미국 필리조선소로 못 박으면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위협 등에 맞서 핵잠수함 확보는 필수적이지만 미국 조선소 건조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증가, 핵심 기술 이전 제약, 설비 부족 등 현실적 난관이 산더미처럼 쌓여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핵잠수함 필요성은 명확하다. 북한은 이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했고 지난 3월 핵잠수함 건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3주에 불과한 반면 핵잠수함은 3~6개월간 잠항이 가능하고 속도도 3배 빨라 북한 잠수함 추적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30년 넘게 핵잠수함을 추진해왔지만 IAEA 압박과 미국의 거부로 번번이 좌절됐다.
가장 큰 문제는 필리조선소의 현실적 역량이다. 핵잠수함 건조에 필수적인 밀폐식 도크, 방사선 차폐 시설, 원자로 탑재용 전용 설비가 전혀 없다.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 위주 조선소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보다 설비가 열악하다.
한화그룹이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고도화 설비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과 추가 비용이 든다. 잠수함 건조 실적도 전무해 3천600t급 디젤 잠수함도 설계부터 진수까지 7~8년이 걸린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1척에 3조 원에 달하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최소 4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사업비가 20조 원을 넘을 수 있다.
호주는 핵잠수함 8척 확보에 척당 23조5천억 원을 지불하기로 한 반면 브라질은 자체 기술력으로 약 7조 원에 건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술 이전 문제도 걸림돌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소형 원자로(SMR)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 핵연료만 제공하면 자체 건조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이나 호주와 체결한 오커스 협정에도 직접적인 기술 이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시급하다. 2015년 발효된 협정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활용을 금지한다.
10년 주기 연료 교체 시마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해 작전 자율성에 제약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과 별개로 미국 의회의 승인과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견제에 나섰고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시사해 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선도함은 국내에서 건조해 기술 자립을 확보하고 후속함은 미국과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한 방산 관계자는 "기술 이전 범위와 국내 산업 참여를 명문화한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 인력 양성을 포함한 단계적 로드맵 수립,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투명한 협의, 초당적 합의를 통한 안정적 예산 확보 등이 향후 과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