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사태로 컨트롤타워 부재 생깃 탓…외신들도 문제로 지적해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막을 올린 APEC 정상회의가 7조4천억원대의 경제 파급 효과(대한상의 등 추정)를 거두고 K-컬처를 활용해 국가 브랜드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성과 뒤에는 숙소와 교통 등 미흡했던 부분들이 외신들에게 냉정하게 지적되면서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에서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러냈다는 점에서 '지방 시대 균형 발전'의 상징적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 성공을 뒷받침한 요소 중 하나는 철저한 보안과 유연한 이동 시스템이었다. 당초 외신과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경주의 숙박 및 교통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실제 행사 기간 동안 엄격하게 시행된 교통 통제와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일본 취재진들은 엄격한 교통 통제를 "그만큼 보안이 잘 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며 주변 경호 수준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려했던 숙소와 취재 공간, 이동 문제 역시 행사 기간 동안 운영된 무료 셔틀버스가 원활하게 연결해주면서 잘 해결됐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주가 가진 특유의 문화유산과 결합한 '한국형 스토리텔링' 역시 국가 브랜드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반면에 국제 행사를 운영하는 '행정 하드웨어'의 미숙함이 외신들의 눈에는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그 중에서도 '비표(출입증) 통합 관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APEC준비위원회에서 취재진 및 방문객에게 사전 제공한 비표만 소지하면 모든 APEC 관련 행사장 출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알려졌었으나 실제로는 각 행사장마다 별도의 비표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다.
이 문제는 대한상공회의소(KCCI)가 주관한 APEC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에서 가장 심각했다. 이 행사는 국가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기업 CEO 1천700여 명이 모이는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포럼임에도 불구하고, 총리실 발행 비표로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한 취재진은 "CEO 서밋 부대 행사를 소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총리실 발행 비표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헛걸음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헛걸음' 사례는 국내 기자뿐만 아니라 외신 기자들에게도 다수 발생했다. 외신들은 이유를 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는 국제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의 '운영 경험 미숙'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된다.
이는 APEC 준비기간 계엄·탄핵 등으로 대통령직이 공석이 되고 총리와 주요 장관직들도 줄줄이 수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제기능을 못해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 부분에 대한 쓴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뉴욕타임즈(NYT)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경주에 국제공항이 없고, 귀빈들과 대기업 대표단을 수용할 호텔도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NYT는 숙소 부족으로 크루즈선이 임시 호텔로 활용되고, 외국 대표단과 기자단 등이 급등한 숙박비에도 숙소 예약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도했다.
또다른 외신들은 차량 통제가 되는 상황에서 우회도로를 안내하지 않은 점 등도 불만으로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한 외신은 "심지어 외교 직원들조차 별다른 안내조차없이 교통통제에 갇혀 수시간을 보냈다. 셔틀버스까지 운행이 중단되니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경호를 위한 철저한 통제도 좋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등의 보안책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보문단지 내에 근무하는 일부 경찰관들은 APEC 초기 우회망 없는 차량통제 탓에 점심 배식차가 들어오지 못해 오후 5시에 점심식사를 받고, 1시간 뒤 저녁식사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일이 반복되자 배식이 아닌 근무지 주변 상가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관은 "처음 겪는 일이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일을 경험으로 다음 국제행사에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