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기념 한국공예전 연계 전시 '공생' 참여
시대별 대표 작품 전시…11월 30일까지 하우스 오브 초이
조선 후기부터 300여 년 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지역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 온 경주 최부잣집의 현대적 브랜드 '하우스 오브 초이'(교촌안길 25). 이곳에서는 지난 27일부터 APEC 기념 한국공예전 연계전시 '공생(Harmony)'이 열리고 있다.
'공생'은 윤광조, 이헌정, 유의정 등 현대 도예가의 작품을 통해 공예의 정신을 조명하는 전시다. 이들의 작품이 설치된 요석궁 한옥과 정원은 자연과 전통의 공간, 현대 도자가 어우러진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입구 쇼케이스 전시장을 채운 윤광조 도예가의 작품이다. 윤 도예가는 1946년생으로 현대 분청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온 '분청사기의 대가'이자,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전시 및 소장한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1994년 경기도 광주를 떠나 경주 안강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30여 년 간 작업에 몰두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에겐 경주가 '제2의 고향'인 셈. 지난 2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경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돼 뜻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장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대별 대표 작품 총 7점을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에는 묵묵히 그 자리에 있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경주의 자연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특히 그가 물레 작업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1985년의 기념비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전에는 물레로 성형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원형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형을 주는 정도에서 벗어나질 못했죠. 괴로운 마음에 지리산 정각사를 찾았어요. '배운 사람들은 자꾸 머리로만, 아는 것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몸으로 부딪혀봐라'는 스님의 말씀에 그날부터 꼬박 열흘 동안 하루 3천배씩, 이틀 동안 5천배씩 총 4만배를 올렸습니다."
몸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지만 창작의 한계에 대한 대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신이 맑아지며 내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생기더라"며 "너무 물레라는 도구에 매여있었고, 그것으로부터 해방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의 작품은 판을 만들어 이어 붙이고, 그 위에 흙띠를 둘러 붙이는 등 10년 가량을 주기로 변화해왔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화두는 자유와 자연. 그는 "결국의 목적은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어딘가에 습관적으로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스러움의 극치는 자연이다. 자연은 마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움직이고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3년 전 발병한 암과 싸우면서도 그는 언제나처럼 경주의 자연을 벗 삼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은 몸과 정신의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반복만 하기 쉽고,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그렇다고 정신만 갖고 하면, 순간순간 변하기 쉬우니 감당하기 힘들죠. 항상 몸과 정신이 투쟁하는 과정을 겪어내며 작업합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주제관 기획 등을 맡은 바 있는 구병준 PPS 대표가 기획했다. 구 대표는 "역사성이 있는 장소에서 경주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꼭 담아내고 싶었다"며 "단순히 작품이 좋다는 것을 넘어, 지역성과 전통 문화 등을 담고 있기에 이번 전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11월 2일부터 '신라 금관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과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어, 함께 들러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