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 - 인사이드 아웃]한·일 축구 통합 리그: 두 나라, 하나의 기회

입력 2025-10-30 13:24:34 수정 2025-10-30 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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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 위기관리 대표
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 위기관리 대표

최근 필자는 TV의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단순히 흥미로운 내용 때문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사회적 의미가 깊어 인상적이었다. 한일 슈퍼 매치 씨름 vs 스모는 일본 스모 선수와 한국 씨름 선수가 맞붙는 경기로, 한·일 모두 살아 본 필자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수들이 보여 준 상대에 대한 깊은 존중과 승패를 대하는 품격이었다.

경기 후, 선수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고 대화를 이어 가는 모습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정과 협력이 자랄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이러한 스포츠 정신은 종종 언론이 강조하는 어두운 한일 관계-영토 분쟁이나 전쟁과 식민 지배의 상처-와 대조된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역사적으로 엄중히 기록되고 연구되어야 하지만, 국내 정치가 흔들릴 때마다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주의 분산용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민주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어두운 역사에는 심각한 인류적 비극이 포함되어 있다. 전쟁 중의 성폭력은 반복되는 범죄이며, 분노와 상실, 적을 비인간화하려는 충동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은 일본군 점령지에서 운영된 '위안소' 제도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는 군이 체계적으로 관리한 국가적 범죄 행위였으며,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래 남았다. 그 누구도 이들에게 용서를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우리 세대는, 과거를 잊지 않되 전진할 수 있는 책임이 있다. 당시 가해자는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오늘날의 일본 사회는 국가 주도의 범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오히려 그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있다.

정치인들이 역사 문제를 다루는 데 종종 비틀거려 온 반면, 운동선수들은 다른 길을 보여 주었다. 씨름판, 경기장, 축구장 어디서나 한일 경쟁은 증오가 아닌 존중으로 변모했다. 이는 정치적 이해가 아닌 규율, 공정, 열정 위에서 쌓아 올린 조용한 외교다.

올림픽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일본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 처음 참가했으며, 한국은 1948년 런던 대회가 시작이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꾸준히 성과를 쌓아, 일본이 금메달 180개 이상, 총 500개 이상의 메달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금메달 약 160개, 총 350개 메달로 격차를 좁혀 가고 있다. 이 수치는 경쟁이 양국 모두를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축구는 협력과 성장의 또 다른 무대가 될 수 있다. K리그는 약 2천240억원, J리그는 약 5천7억원으로 평가된다.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조원을 넘으며, 매주 7만 석 규모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안타깝게도 한일 프로 구단들은 여전히 관중이 드문 경기장에서 뛴다. 이는 잠재적 수익 손실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리그와 J리그의 통합을 제안한다. 두 리그의 통합은 더 큰 관중 유입, 후원 확대, 중계권 향상을 이끌며 양국 축구의 시장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두 나라가 협력할 때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경기장을 넘어, 이러한 리그 통합은 양국 간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24년 한국은 약 882만 명의 일본인 관광객, 일본은 약 696만 명의 한국인 방문객을 맞이했다. 활발한 교류는 주말 축구 원정 여행이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항공사, 호텔, 식당, 바, 관광 산업 전반이 혜택을 누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보여 주고 있다. 2024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08조800억원에 달했으며, 한국의 무역 적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 이는 일본이 한국의 제조력과 혁신성을 신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K리그와 J리그의 통합은 이러한 협력 위에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관중 증가, 후원 강화, 미디어 권리 개선은 지역 클럽에 실질적 혜택을 가져오며, 학교 축구 리그 지원을 통해 사설 학원비 부담으로 재능을 잃는 학생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다. 경기 교류를 위한 국경 간 이동은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씨름장의 함성에서 경기장의 환호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은 경쟁을 존중으로 바꿔 왔다. 통합 K–J 리그는 그 정신을 확장하여, 경제와 문화, 세대를 잇는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되지만, 미래로 향한 빛은 함께 걸을 때 가장 밝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