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 속 작은 무슬림…할랄푸드 음식점 'HI-ASIA'

입력 2025-10-27 16:57:48 수정 2025-10-27 20: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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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을 위해 특별 운영되는 할랄 음식 전문점
경주 APEC을 위해 특별 운영되는 할랄 음식 전문점 'HI-ASIA'에서 손님들이 뷔페로 차려진 음식을 둘러보고 있다. 신동우 기자

27일 오전 11시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메타세쿼이아숲길을 따라 엑스포대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면 향긋한 카레 냄새가 스멀스멀 코 끝을 파고들었다.

식욕 돋는 냄새의 주인공은 경주월드 앞 상가 건물(보문로 555) 한편에 자리 잡은 'HI-ASIA'.

'2025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무슬림 회원국 대표단과 해외 방문객을 위해 특별히 세워진 할랄 전용 음식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슬람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장식들과 글자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매장 한편에는 곧 찾아올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직원들이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다.

메뉴는 치킨마살라와 탄두리치킨, 아얌바카, 스프분툿 등 낯선 이름들로 가득하다.

이번 APEC 참가국 중 무슬림 중심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이다. 메뉴 또한 각 나라의 특징에 맞는 향토음식으로 준비됐다.

가게 가장 깊숙한 곳에 마련된 기도실은 메카를 향해 하루 5번의 기도를 울리는 그들의 율법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하다.

"한국사람들도 해외에서 한식당에 갈 때 한국사람이 하는 곳이 믿음직하잖아요. 할랄처럼 금기가 확실한 음식은 더욱 믿음이 중요하죠."

HI-ASIA는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인 곤다(44·Gonda) 대표가 창업한 곳이다.

2002년 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곤다 대표는 처음 경남 창원에서 할랄 전용 음식점을 한 차례 운영했다가 2013년 부산 해운대에 2013년 HI-ASIA 1호점을 세웠다.

할랄 음식 전문점
할랄 음식 전문점 'HI-ASIA'의 곤다 대표가 각 재료별 할랄 인증서를 설명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할랄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에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이다.

주로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을 의미한다.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율법에서 식용 자체를 금지한 식자재는 아예 손도 될 수 없으며, 일반 육류 역시 '다비하'라는 이슬람식 도축 방식으로 처리돼야만 한다.

심지어 일반 음식을 만진 젓가락으로 할랄 음식을 었다면 할랄이 오염된 것으로 보고 모두 버릴 정도다.

"무슬림에게 할랄이란 생활 그 자체를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한 통제를 따르죠."

HI-ASIA는 약 2달 전 경북도·경주시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과거 일반 쌀국수 가게를, 이번 APEC을 위해 특별히 개조했으며,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기간 중 조식·중식·석식(2일은 조식만)을 제공한다.

무슬림 참가자들을 감안하면 이번 APEC 기간 동안 1일 약 400명이 이 식당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엄격한 식사 준비를 위해 Gonda 대표가 직접 경주에 내려와 주방을 통솔하며, 식자재는 약 70% 정도가 할랄 전용 도축시설이 있는 해외에서 직접 공수했다.

닭고기는 태국, 소고기는 브라질, 양고기는 호주에서 수입했으며 각종 향신료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나머지 신선 채소와 과일 등 특별한 할랄 문제가 없는 식자재는 경주에서 생산된 것들로 채웠다.

APEC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공간인만큼 구석구석 해외 손님들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무슬림 손님들을 위한 별도 기도실은 물론, 간단한 관광 안내 책자도 비치돼 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사를 마친 후에는 각 나라의 전통 음료를 비롯해 한국 전통차 시음 코너도 마련돼 있어 여유롭게 한국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곤다 대표는 "이번 APEC를 앞두고 조금 긴장도 했지만, 그만큼 기회라는 생각이 크다"면서 "비록 이 가게는 행사 후 철거되지만 한국을 찾은 무슬림을 비롯해 한국사람들에게도 훌륭한 K-할랄푸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