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언뜻 보면 한국 증시의 체질이 한 단계 도약한 듯하지만, 시장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대형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초대형주들이 지수를 끌어올렸을 뿐, 실제로는 하락한 종목이 더 많고, 개인 투자자 다수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코스피 4000 착시 현상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코스피 3000선 재돌파 시점)부터 10월 24일까지 코스피는 30%가량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총 1천537개로 플러스(+) 수익률을 낸 종목(1천104개)보다 400개 이상 많았다. 이 기간 85거래일 중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던 날은 52일로, 상승일보다 오히려 잦았다. 즉, 지수는 하늘로 치솟았지만 상당수 종목은 제자리이거나 되레 떨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서도 '소수종목 쏠림'이 뚜렷했다.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코스피200은 64.7% 올랐지만, 이 상승률을 웃돈 종목은 200개 중 41개(20.5%)에 불과했다. 나머지 160여 종목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개별 수익률 격차도 컸다. 최고 상승률은 332%에 달했지만 최저는 -37.8%로,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무려 370%포인트에 이르렀다. 이는 일부 반도체와 AI 관련 초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린' 결과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이끌지만 중소형주는 여전히 부진하다"라며 "미국의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고, 한국 증시도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편중 장세'는 투자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개인투자자 자금은 개별 종목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200을 기초로 한 ETF인 'KODEX200'(순매수액 6천867억원), 'TIGER200'(2천811억원), 'RISE200'(445억원) 등 주요 상품의 개인 순매수액은 총 1조272억 원에 달했다. 이는 네이버(2조7천840억 원), SK텔레콤(8천974억 원) 등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장이 '개별 종목 장세'에서 '지수 추종 장세'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오히려 위험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수형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 소수 종목이 더 강세를 보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ETF를 매수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지수만큼 오르지 않는다"며 "지수의 착시가 개인의 투자심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