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공여 8년 대기…장기이식도 '수도권 쏠림'

입력 2025-10-23 19: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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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수도권 5천건·경북 0건…소도시 응급 이식 체계 부재 탓
뇌사 기증자 감소, 작년 397명…대기 중 사망자는 4년새 41%↑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역 간 의료 인프라 불균형과 뇌사 기증자 감소가 겹치면서 장기이식 체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의 의료공백 속에 이식 수술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기증 감소로 대기 중 숨지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악화하는 장기이식 지표를 극복하려면 기증 희망등록 등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장기이식 10건 중 7건 수도권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관리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장기기증 수술 건수는 모두 7천51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진행된 이식 수술은 5천201건으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별로는 경남이 541건(7.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 510건(6.8%), 대구 428건(5.7%), 광주 253건(3.4%), 충남 116건(1.5%), 강원 87건(1.2%) 등의 순이었다. 경북에선 지난 5년간 단 한 건의 수술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간 장기이식 수술의 불균형은 수도권에 대형병원·전문 의료진이 몰려 있어서다. 이식 수술은 외과 전문의와 코디네이터 등 숙련된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의 경우 응급 이식 수술 체계가 부재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대구 한 의과대학 교수는 "장기이식 수술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경주나 포항과 같은 경북에는 그러한 의료체계가 없다"며 "장기이식이 워낙에 큰 수술이다 보니 가능하면 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방에서 뇌사 기증자가 발생할 경우, 수도권 병원 의료진이 급하게 내려와 장기를 적출해 가는 경우도 적잖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장기이식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 기증자 감소…사망 환자 증가

기증이 가능한 뇌사자 감소로 장기이식 현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원에 따르면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뇌사 기증자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397명까지 떨어졌다.

생명을 나눌 기증자가 줄면서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크게 늘었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020년 2천191명에서 지난해 3천96명으로 1.4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장기별 대기 중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신장이 1천676명(5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 1천117명(36.1%), 심장 142명(4.6%), 폐 88명(2.8%), 췌장 72명(2.3%) 순이었다.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0년 3만5천852명에서 올해 8월 기준 4만6천935명으로 1.3배 늘었다.

장기별 대기 시간을 보면, 같은 기간 신장 이식 대기 일수는 2천222일에서 2천963일로 늘었다. 최장 8년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다. 췌장 또한 1천391일에서 2천800일로 2배가 늘었다.

악화하는 장기이식 지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식개선 등 기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기증자 예우에 노력을 기울이고 기증 희망등록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