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모현철] '끝없는 전쟁', 어쩔 수 없다?

입력 2025-10-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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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추석 연휴에 미국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한국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미국과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끝없는 전쟁'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미국이 이방인에 대한 혐오(嫌惡)를 멈추지 않는다면 '끝없는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직장에서 잘린 뒤 재취업을 위해 '구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과 한국 사회가 오버랩돼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에 대해 미국은 분노와 함께 전면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조만간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超强手)를 예고했다. 사실상 무역 전쟁을 넘어선 경제적 전면전(全面戰) 선포와 같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 이유는 자명(自明)하다. 반도체, 전기차, 조선 시장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이 싸움은 단기간에 끝나기 힘들다.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패권(霸權) 다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쟁이 끝나면 또 다른 전쟁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끝없는 전쟁'이다.

한국은 '미·중 고래' 사이에 낀 샌드위치이자, 새우 신세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다. 미·중 간의 충돌 여파가 고스란히 한국으로 번질 수 있다. 희토류는 현대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다. 만약 희토류 수입이 막히게 되면 핵심 산업의 생산 라인이 멈출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치명적인 손실(損失)로 이어진다.

미·중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쩔 수가 없다'에서 주인공이 선택한 재취업 방법은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다. 관세 폭탄을 맞거나 예고된 한국산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모두 영화 속 주인공 처지가 될 수 있다. 주인공이 "어쩔 수가 없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듯,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면 누구나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 친화적 정책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경쟁력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정부는 기업과 상생(相生)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우 등이 터질 수밖에 없다.

고래 싸움에서 새우가 어부지리로 이기는 법도 터득해야 한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도록 몸집과 맷집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 1974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모색(摸索)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중재와 대응은 필수다. 무엇보다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와 핵심 기술 자립은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를 지켜 낼 해법이 될 것이다. 기업을 지킬 방패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규제하는 정책이 아닌 피해 기업 보호를 위한 긴급 지원책 마련이 급하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끝없는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悲觀論)은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