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시그널' 검토…주택 가액 중심 과세 전환 모색
다주택 규제 부작용 인정…"세금보다 공급 확대가 안정 핵심"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 규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주택 가액 중심의 세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보유세는 중장기적으로 인상하되, 세금 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은 것이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보다는 세제 개편 방향성을 시장에 먼저 제시해 과열된 매수 심리를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할 후속 부동산 대책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를 포함할 예정이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을 현행 40%에서 35%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울 성동·마포구 등 '한강 벨트'와 경기 과천·분당 등 핵심 지역의 집값 급등세를 차단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기보다는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부동산 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제 방향성은 일정 부분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여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를 분명히 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의 이번 접근은 환율시장 개입처럼 '구두 개입'을 통해 투기 심리를 억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섣부른 세제 조정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은 전국적 파급력이 큰 만큼 지역별 가격 변동만을 근거로 조정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부가 처음으로 다주택 규제의 부작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정책이 지방 중저가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는 대신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로 자금이 쏠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확산하며 수도권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구 부총리는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2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과 5억원짜리 집 세 채를 보유한 사람 간의 세 부담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집은 소득을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며, 한 집에 오랫동안 거주한 국민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도 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어 "공제 축소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살펴가며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