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37억 관광열차 '검수 합격' 했는데도 '하자투성이' 10개월째 운행 못 해

입력 2025-10-09 14:26:27 수정 2025-10-09 2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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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못할 정도 심각한 하자' 그런데도 문경시 검수 합격처리… 눈감고 검수했나? 비판 봇물
대금 전액 지급 뒤 뒤늦게 하자보수 통보했지만 문경시 몰래 빈공터에 수개월 방치

문경시가 지난해 37억원을 주고 납품받은 48인승 소형 관광열차. 심각한 하자로 10개월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가 지난해 37억원을 주고 납품받은 48인승 소형 관광열차. 심각한 하자로 10개월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경북 문경시가 37억여 원을 들여 도입한 관광용 소형열차가 각종 구조적 결함으로 10개월째 첫 운행조차 못하고 있다. 행정의 무능과 부실 검수(물건의 규격 품질상태 등 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열차는 하자 보수를 위해 지난 4월 인천으로 반송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0월 추석 연휴까지도 상주시의 한 주택가 공터에 6개월 이상 방치돼 있던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분노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해 초 가은역~구랑리역 사이 약 13km 구간의 폐선로를 활용한 관광열차 사업을 추진하며 48인승 배터리충전식 소형열차를 제안공모 방식으로 추진했다.

당시 문경시 마성면에 공장이 있는 열차전문 생산업체 등도 공모에 참가했지만 인천의 철로자전거 등을 제작하는 A업체가 선정돼 열차 제작을 맡았다.

문경시는 지난해 연말 열차를 납품받아 업체에 대금 37억2천만 원 전액을 지급했다.

당초 시는 올해 4월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외관 높낮이가 다른 단차 불량 ▷도색 및 마감·용접 불량 ▷안전장치 미설치 등 중대한 하자가 잇따라 발견되며 열차는 단 한 번도 정상 운행되지 못했다.

하자보수를 위해 인천으로 옮겨졌다는 관광열차가 지난 4일 상주시 빈 공터에서 덮개가 씌어진 채 폐차 직전의 화물차와 함께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
하자보수를 위해 인천으로 옮겨졌다는 관광열차가 지난 4일 상주시 빈 공터에서 덮개가 씌어진 채 폐차 직전의 화물차와 함께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

문제는 문경시가 이런 심각한 하자들이 있는데도 시민과 관광객이 안전하게 즐겨야 할 이 시설에 준공검사 성격인 검수 합격처리를 해줘 대금 지급부터 했다는 것이다.

만약 검수 당시 결함을 발견했다면 업체에 대금 지급을 유보하고, 하자보수를 할 때까지 지체상환금을 청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원들은 "사소한 하자는 검수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례는 운행을 못할 정도로 하자투성이어서 눈을 감고 검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 큰 충격은 '하자 보수 중'이라며 지난 4월 인천의 제작업체로 반송된 것으로 알려졌던 열차들이, 문경시도 모른채 최근까지 인근 상주시내 한 주택가 공터에 덮개를 씌운 채 6개월째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터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열차는 수개월 동안 아무런 작업 없이 세워져 있었고, 옆에 폐차 직전의 차량들과 함께 방치돼 있어 버린 기구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A업체가 소재지 인천에서 하자보수작업을 하지 않고 상주 공터에 수개월간 보관하고 있는 것을 추석 연휴 직전에야 알게 됐다"며 "검수과정은 미흡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완벽한 보수를 추진해 내년 2월 정상운행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경시의회는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납품부터 검수, 공터 방치까지 전 과정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자보수를 위해 인천으로 옮겨졌다는 관광열차가 지난 4일 상주시 빈 공터에서 덮개가 씌어진 채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
하자보수를 위해 인천으로 옮겨졌다는 관광열차가 지난 4일 상주시 빈 공터에서 덮개가 씌어진 채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