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양·어휘 미인식, 답변율 36%
전화 민원인 상당수 '고령' 추정…"지역어 말뭉치 형성, 활용 필요"
대구시가 이달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AI 민원 상담 서비스가 지역 방언 인식에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 민원 상당수가 사투리 사용 비율이 높은 고령층에서 나오는 만큼 AI 활용 효율을 높이려면 방언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기자가 120달구벌콜센터 'AI상담서비스'에서 수차례 대구 방언으로 상담을 시도한 결과 AI는 경상도 사투리 대부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차 살라 카는데(하는데) 등록비 을마(얼마) 나오노?", "여권 어데서(어디에서) 신청해야 되노", "폐차 우예(어떻게) 해야 되는교(되는가요)" 등 사투리 억양이 강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콜센터 업무 중 차량 등록과 노후 자동차, 여권 등 3개 분야에 AI 상담서비스를 시범운영한 뒤 이달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시스템은 민원인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질문 의도를 분석한 뒤 음성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날 기자 질문 대부분을 AI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상담은 번번이 콜센터 직원에게 자동 연결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전체 민원의 7.5% 가량을 AI 상담사가 담당했는데, 이중 AI 상담사가 질문에 답을 내놓은 경우는 36.0%에 그쳤다.
AI상담서비스가 전화를 통해 제공되는 만큼 사투리에 대한 AI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I가 맡은 업무분야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전화를 걸어오는 민원인 다수가 사투리 사용 비율이 높은 고령층일 것으로 추정돼서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달부터 '부산형 인공지능 민원 대응 에이전트 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꿔 인식하는 대형 언어 모델 개발에 나섰다.
김선정 계명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는 "대구 지역어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말뭉치'를 형성해 AI에 연동시켜 민원인들의 사투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상담 녹취 파일의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학습시키는 용역을 진행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서비스 품질을 높인 뒤에는 상담 분야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