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앞까지 점령한 불법 주차… 주차장 비워두고 도로 점령
불법 가로 주차·소화전 점령… 소방관 안전까지 위협
가로주차 방치한 구청, 뒤늦은 단속 검토
대구 노후산단 곳곳에서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변에 만연한 불법 주정차 탓에 화재가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근로자 상당수가 산단 재생 차원에서 조성한 공영주차장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구청도 사실상 단속을 손 놓은 탓에 노후산단이 화재 위험 속에 방치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4일 대구염색산업단지 인근 타이어 관련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공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일부도 불똥을 맞고 훼손됐다.
소방당국은 당시 차량 다수가 불법 주정차된 탓에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휘발유가 실린 차량을 통해 화재가 대형 폭발로 번질 가능성도 적잖아서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차량이 가까이 주차돼있으면, 불이 쉽게 번질뿐만 아니라 소방대원들이 차를 피해 둘러 진입해야 한다"며 "게다가 불을 끄기 위해 현장을 오고 가는 대원들이 차량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위험도 크다"고 했다.
화재 발생 일주일이 지난 1일 오후 염색산단 인근을 둘러본 결과 여전히 불법 주정차는 만연한 모습이었다. 차량이 워낙 많은 탓에 도로 방향이 아닌 가로로 비스듬히 주차돼 있을 정도였다. 편도 3차선 도로의 끝 차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고, 가운데 차선마저 튀어나온 일부 대형 차량 탓에 피해가며 서행운전해야 했다.
이들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주차장 이용률은 형편없다. 이날 오후 염색산단에 조성된 공영주차장 세 곳을 둘러본 결과 확인된 빈 주차공간은 80면에 육박했다. 근로자들의 직장과 거리가 있는 데다가, 매일 2천원이라는 주차 비용이 발생해서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3공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차량 두 대가 넉넉히 교행할 수 있는 폭의 도로는 대형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공간만 남아 있었다.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각 구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과거 염색산단 측에서 '거래처 방문객 주차가 필요하다'고 해 가로 주차를 허용한 것으로 안다"며 "소화전 앞이나 횡단보도 위에 주차된 차뿐만 아니라, 가로 주차도 제한하기 위해 계도 및 단속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3공단을 관리하고 있는 북구청 역시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가로 주차를 따로 단속하지 않았다"며 "유사시를 대비해 차량 이동 메뉴얼을 마련하는 등 산단 측과 협의해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