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 영공 침범 대응, 진퇴양난 빠진 나토

입력 2025-09-25 16:10:0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덴마크 공항, 러 드론 출몰에 또 폐쇄
잇단 침범, '대응 매뉴얼' 필요성 대두
러시아 의도에 되치기 당할까 우려도
美 입장도 모호, 불안감 고조되는 유럽

지난 13일(현지시간) 폴란드 영공에서 있은 나토(NATO)의 훈련인
지난 13일(현지시간) 폴란드 영공에서 있은 나토(NATO)의 훈련인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동부전선 감시 경계)에 동원된 프랑스 공군 소속 다소 라팔 B 전투기의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 비행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 침범 사례가 잇따르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에 이어 덴마크 영공에까지 러시아 비행체가 출몰했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중론도 만만찮다. 자칫 러시아가 쳐놓은 확전의 덫에 빠질 수 있기에 즉각적인 대처가 곤란하다는 반론이다.

◆잇단 영공 침범, 불안 떠는 유럽

24일(현지시간) 덴마크 상공에 나타났다 사라진 드론으로 덴마크 정부는 올보르 공항을 일시 폐쇄했다. 22일 수도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된 지 이틀 만에 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며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고의적인 침범에 무게를 뒀던 터다. 더구나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이에 올보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트해 국가들의 영공을 러시아가 모두 침범한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사태와 관련해 올보르 공항 대변인은 몇 기의 드론이 공항 상공을 선회했는지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 여파로 스칸디나비아항공(SAS) 2편과 노르웨이 국적 항공, 네덜란드 KLM 항공 각 1편 등 총 4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보르 공항이 공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덴마크군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나토 영공 무단 침범이 잦아지며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달 9∼10일 폴란드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산 드론 여러 대를 격추한 바 있고, 14일에는 루마니아가 영공을 넘어온 러시아 드론 감시를 위해 F-16 전투기를 띄우기도 했다. 19일에는 에스토니아 영공을 러시아 전투기 3대가 침범했다. 에스토니아는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 드론으로 보이는 비행체가 출몰하면서 24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조명을 켠 채 비행 중인 물체가 상공에 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드론으로 보이는 비행체가 출몰하면서 24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조명을 켠 채 비행 중인 물체가 상공에 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즉각 격추 주장, 신중론도 만만찮아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은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침범을) 계속할 경우 발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교전 규칙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빌레 샤칼리에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도 "최근 나토 영공 침범 사례는 나토 공중초계(air policing) 임무를 방공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중론도 만만찮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침범에 단호히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면서도 발포 여부 등에 대해선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내려지며 대상 항공기가 야기하는 위협과 관련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독일은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할 경우 '확전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성급한 요구는 현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침착함은 비겁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며 자국과 유럽의 평화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했다.

미국은 '내 손으로 코를 풀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 항공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는 나토 회원국을 미국이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