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짊어진 아이들, 이제는 함께 돕는다…대구서 민관 협력 포럼 열려

입력 2025-09-17 16:29:52 수정 2025-09-17 17:16:14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3년 이상 가족돌봄 수행한 아이들 60%, 현장에 교육복지사 배치하는 등 발굴 대책 필요"
"통합사례관리 위한 거점 기관 지역에 조성돼야", "학교-복지관-공공기관 간 민간 협의체 방안"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정소연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정소연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아동청년 특성 및 민관협력 추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가족을 돌보느라 학업과 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년들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이 대구에서 열렸다. 최근 돌봄아동청년의 하한 연령을 삭제해 지원 대상을 넓힌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향후 과제를 짚고,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는 17일 오후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등과 함께 '가족돌봄청년 지원 공동협력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원규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정소연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아동청년 특성 및 민관협력 추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학업 중단과 심리적 고립 등 어려움에 놓인 아동청년들의 조속한 발굴이 과제로 지적됐다.

정 교수는 "3년 이상 가족돌봄을 수행한 아이들이 60%에 달하지만, 스스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다. 돌봄아동청년 상당수가 학교에 있다 보니 현장에 교육복지사를 배치하는 등 발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순서에서는 구안나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과장이 '가족돌봄아동청년의 목소리, 대구형 협력으로 답하다'라는 주제로 현장의 실태를 알렸다. 건망증을 앓는 부모로 인해 8살부터 식사를 준비했던 중학생부터, 발달장애를 앓는 남동생을 복지관에 보내고 학교에 지각하는 초등생 등 사연을 전했다.

이어 박영주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건복지서비스 중심의 통합사례관리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천·울산·충북·전북 등 4곳에 제한적으로 설치된 '청년미래센터'와 같은 거점 기관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가족돌봄아동청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종합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제공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가족돌봄아동청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종합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마지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박영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대구시 복지정책과 등이 참여해 지원정책과 지역사회 연계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발굴 체계 강화 ▷지속 가능한 사례관리 인프라 구축 ▷학교-복지관-공공기관 간 민관 협의체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은희 교육감은 "가족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아동과 청년은 또래보다 더 큰 책임과 어려움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견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구시교육청은 앞으로 공공기관과 민간 등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 7월 '대구시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 통과로 지원 대상이 확대된 가운데 열려 의미를 더했다. 기존 '만 9세 이상~34세 이하'로 규정된 조례에서 하한 연령이 삭제됨에 따라 보다 많은 아동청년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달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도움을 받아 '들리지 않는 SOS, 가족을 짊어진 아이들' 기획 기사를 4편을 보도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돌봄에 쓰며 청춘을 반납한 가족돌봄청년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담는 데 주력했다.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가족돌봄아동청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 포럼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
1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어린이세상 꾀꼬리극장에서 가족돌봄아동청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 포럼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