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노인대학 특강… 9년 시골살이 경험에서 찾은 교훈
"무리한 확장보다 지혜로운 축소, 지역 자원 활용이 관건"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9일 안동 신우노인대학에서 '소멸 위기의 농촌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고 농촌 발전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 전 장관은 귀향 후 9년간의 시골살이 경험을 소개하며 "삼시세끼를 노모와 함께하며, 농사일과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농업·농촌의 현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농촌에 뿌리내린 삶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탄핵 정국과 적폐 논쟁 속에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기 성찰과 함께, 늙고 지친 농업·농촌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농정 연구자이자 정책가로서의 주요 성과도 되짚었다. 주요 성과는 ▷농공단지와 농산물 가공, 농촌관광을 통한 소득원 개발 ▷농촌종합개발계획 제도 도입 ▷홍삼전매제 폐지, 전통주 산업 육성 ▷농산물 전자상거래 활성화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농촌 기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 어렵다"며 "농민과 주민 스스로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실을 직시하며 "앞으로는 무리한 확장이 아니라 '지혜로운 축소(Smart Shrinkage)'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의료·교통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진 거점을 중심으로 생활권 단위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주민 주도 자치와 협동조합 같은 풀뿌리 조직이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농촌을 단순한 먹거리 생산지가 아닌, 국토 균형발전의 기초이자 전통문화와 공동체를 지키는 핵심 영역으로 규정했다.
이 전 장관은 "농촌을 지키는 일이 곧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라며 "안동과 경북북부는 전통문화와 농업 자원이 풍부한 만큼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특강은 노인대학 수강생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참석자들은 "농촌 소멸 문제를 단순히 인구 문제로만 보지 않고, 문화·공동체·삶의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