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의견은 무시 균형이 사라진 입법에 불안감 가중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과 연이은 상법 개정 여파로 국내 기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여론을 의식해 '더 강한' 입법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로 폐기됐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새로운 개정안이 발의됐다. 과거에 비해 수위도 높아졌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 확장 ▷쟁의행위 대상 확대 ▷손해배상청구 등을 골자로 한다. 재계는 크게 반발했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후폭풍을 고려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원안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까지 유예기간이 부여됐으나, 이미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불법 파견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임금 및 처우가 불합리하다고 주장이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에 근거해 원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다수의 원·하청으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경영상 결정에 대한 쟁의 행위가 허용되면서 의사결정에 대한 제약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법이 외국인 투자 기업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3차 상법 개정도 예정돼 있어 상장사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무시한 채 '더 더 센' 상법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강경한 태도에 기업들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21건의 자사주 소각이 공시됐는데, 이는 지난해 누적 건수를 넘어선 수치다. 소각을 공시한 기업의 수도 지난 8월까지 206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외부 투기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앞선 법안 개정으로 경영권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소송,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상황에 따라 변하는 균형이 사라진 입법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