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기업신용등급부터 현금흐름까지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

입력 2025-09-15 15: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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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A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63) 씨는 대출금리 때문에 고민이 많다. 대출금리가 낮을 때 공장을 샀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생겨서다. 은행에서 재무제표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최씨가 재무제표를 잘 아는 것도 아니어서 뾰족한 방법도 모른다. 아들도 현재 ㈜A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들에게 물려줄 때는 재무구조를 탄탄한 상태로 만들어서 가업승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상담을 의뢰해왔다.

◆신용등급 평가 시 부채비율 중요

최씨는 올해로 업력이 25년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대출이자가 걱정이다. 매출액은 발로 더 뛰면 된다지만, 재무구조 개선은 최씨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로 그냥 손을 놓고 있던 참이다. ㈜A사의 2024년 매출액은 약 65억원, 영업이익은 2억5천만원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영업이익도 떨어졌다. 연간 대출이자 1억4천만원과 법인세를 내고 나면 당기순이익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24년 기준 총자산 76억원, 총부채 58억원에 순자산은 18억원이다. 은행대출금은 30억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매출액 추이다. 전년보다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영업이익은 눈치껏 분식을 할 수도 있지만 매출액은 분식이 어렵다. 또한 대출금액보다는 매출액이 많아야 한다. ㈜A사의 경우 대출금액보다는 매출액이 많다. 다만, 경기침체의 여파로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5% 떨어졌다. 가능하면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액을 더 늘려야 한다.

허수복 전문위원은 "기업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는 부채비율이다"며 "부채비율은 적어도 200% 이하는 유지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부채비율이 일정한 비율을 초과할 경우 중소벤처진흥공단의 정책금융이 제한된다"고 조언했다.

확인 결과 ㈜A사의 부채비율은 322%로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장 쉽게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방법은 토지를 재평가하는 방법이고,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자본금 증자다. ㈜A사의 경우 최씨의 가수금으로 자본금 증자를 하면 된다. 가수금은 법인이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일시적으로 채무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과목으로, 기업의 부채로 인식되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가수금을 채무가 아닌 자본금 증자로 하면 부채는 줄고 자본은 늘어 일석이조다. 최씨의 가수금 8억원을 자본금 증자를 하면 총부채는 58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들고, 자본은 18억원에서 26억원으로 늘어난다. 부채비율은 2024년 기준 322%에서 192%로 개선된다.

유동비율은 200% 이상의 경우 우량한 것으로 보지만 150% 이상만 되어도 괜찮다. ㈜A사의 유동비율은 175%다.

매출채권 회전율, 재고자산 회전율, 매입채무 회전율도 중요하다.

박시호 전문위원은 "적어도 이들 세 가지 지표가 3 이상은 되어야 한다. 만약 세 가지 지표 중 하나라도 3 미만일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정상적인 경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했다.

매출채권 회전율이나, 재고자산 회전율이 너무 낮으면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신호이고, 매입채무 회전율이 너무 낮으면 매입거래처에 제때 돈을 못 준다는 신호다. 거래처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수도 있다. ㈜A사의 매출채권 회전율은 5.0, 재고자산 회전율은 2.8, 매입채무 회전율은 6.0이다. 매출채권 회전율과 매입채무 회전율은 양호한 편이나, 재고자산 회전율은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친다. 재고자산 회전율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등급에 영향

기업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당기순이익보다 영업이익을 더 중요하게 본다. 박현철 전문위원은 "영업이익률이 7~8% 정도면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적어도 동종업계 평균 이상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사의 영업이익률은 3.8%다. 영업이익이 낮을 때 간혹 감가상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감가상각을 하지 않아 영업이익이 높게 나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역시 은행에서 감가상각 조정을 한다.

이자보상배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으면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즉 이자보상배수가 1 이하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A사의 영업이익은 2억5천만원, 이자비용은 1억4천원으로 이자보상배수는 1.7이다.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채비율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당기순이익은 분식이 가능하지만 현금흐름은 분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 상의 당기순이익은 장부상 이익이다. 흑자도산이란 말이 있다. 바로 장부상 이익은 났지만 현금이 모자라 도산한 경우이다.

방효준 전문위원은 "장부상 이익과 현금흐름은 다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매출액이 많이 늘었지만, 외상으로 물건을 잔뜩 팔았다면 현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났지만 현금은 없다는 것이다"고 했다.

재무제표 결산을 할 때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만,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도 현금흐름표를 작성해봐야 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신용등급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

㈜A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매년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반복한다. 작년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올해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10월경 재무제표 가결산을 통해 전반적인 재무지표를 살펴보고, 해를 넘기기 전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포인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2월말에 거래처에 부탁해 미리 결제를 받아두면 현금흐름을 관리하기에 유리하다. 재무제표 개선은 시간이 걸린다.

〈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 전문위원단〉

▷허수복 퍼시픽경영자문 대표(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장)
▷박시호 박시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박현철 참회계법인 회계사
▷방효준 명인노무사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