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종전안 사실상 거부…"평화 관심없는 푸틴, 미국 비웃어"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등 전후 우크라 평화 보장안 본격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러시아가 2주내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회담 약속을 결국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드론 등을 동원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러·우 평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논의에 본격 나섰다.
◆푸틴, 평화협상은커녕 공세 강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정상 간 진행된 회의에 참석한 후 회의 중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우크라이나와 2주내 양자회담을 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이 양자 회담 개최 합의 의사를 표명한 지 딱 2주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양자 회담 개최 데드라인을 앞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러시아가 타격한 건물 가운데는 키이우 유럽연합(EU) 대표부 건물과 영국 문화원도 포함됐다.
WSJ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만나고 이후 전화 통화를 하며 평화 회담 개최 의지를 밝힌 것은 순전히 '트럼프 달래기' 용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외교은 미러 정상회담 전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패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는데 7월 하루 평균 드론 공격 횟수는 223대였다. 이후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는 하루 평균 76회로 떨어지며 공격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취하다, 회담 이후에는 141회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중국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최대 경제 지원국인 중국, 인도 지도자들과 만났다. 그는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서방의 개입 때문이라며 위기의 근본이 제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럽, 우크라 전후 안보논의 본격화
유럽 국가들도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4일 '의지의 연합' 30여개국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해 전후에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약할지 논의한다.
유럽은 지난 2월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튀르키예, 호주, 캐나다까지 30여개국을 모아 '의지의 연합'을 결성해 평화유지군 파병 등 전후 우크라이나의 평화 보장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전보장을 보장하기 어렵기에 유럽은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고 그것에 맞게 전략을 조정해왔다.
이번 회의에서 '의지의 연합' 참여국들은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평화유지군, 안전보장군(안심군·reassurance force)에 각국이 어떻게 기여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주변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유사시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접 파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정상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미국이 참석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회의 결과에 대한 사후 보고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