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 정상들 "이스라엘·美의 이란공격 규탄"

입력 2025-09-01 19:13:40

'톈진선언' 채택…이란제재 복원 유럽 3개국에도 "반대"
SCO 개발은행 설립 합의, WTO 주축 다자 무역 체제 수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지난달 31일 개막해 1일 폐막됐다. SCO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과 영국·독일·프랑스(E3)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복원 움직임을 규탄했다. 또한 회원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조항 준수와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이행을 재확인하고,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도 표명했다.

◆이란 핵시설 공격 美·이스라엘 규탄

1일 러시아 타스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톈진에서 SCO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톈진 선언'을 통해 지난 6월 이란을 공습한 이스라엘과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선언문을 인용해 "회원국들은 무력 충돌로 핵 시설에 피해를 입힌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SCO는 이번 공동선언문을 통해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반대의 뜻을 거듭 표명했다. 이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UN 안보리 결의안 2231호(2015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면서 "이 결의안은 구속력이 있으며, 규정에 따라 전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UN 안보리 결의안 2231호는 2015년 이란과 서방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대이란 스냅백(제재 재발동)에 관한 외교적·법적 프로세스를 담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독일·프랑스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문제 삼으며 스냅백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아울러 회원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 조항의 철저한 준수와 화학무기금지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의사도 표명했다. 또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테러 대응에 있어서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공동선언에서 회원국들은 인공지능(AI) 관련 보안 위험 예방을 위한 협력, 통신 기술의 군사화 반대, 마약 밀수와의 싸움을 위한 협력 등에 의견을 모았다.

1일,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포토 세션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일,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포토 세션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안보 위협 대응기구·개발은행 설립

SCO는 안보 위협 대응기구와 개발은행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 이사회 제25차 회의 연설에서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는 종합 센터와 마약 대응 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건설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에 더 힘 있는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주축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제창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SCO 회원국을 대상으로 단기 자금 등을 지원하는 100건의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민생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올해 안에 20억위안(약 3천900억원)을 무상 원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 주석은 SCO 참석을 위해 방중한 정상들과 회담도 이어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다. 이란은 인도와 파키스탄(2017년)에 이어 2023년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지난해 벨라루스가 추가로 들어오면서 회원국은 10개국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