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명화 앞에 멈춰선 리더들

입력 2025-08-27 17:03:24

[책]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
아키모토 유지 지음/ 센시오 펴냄

갤러리를 방문한 BTS RM. RM인스타그램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 책 표지.

방탄소년단 RM,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일론 머스크, 애플 팀 쿡, 신세계 정용진…. 세계 무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종종 '미술관'에서 목격된다는 것이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적 미술관에서 이들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왜 리더들은 굳이 시간을 쪼개어 미술관을 찾는가.

도쿄예술대 명예교수이자 미술관장인 아키모토 유지의 신간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는 이 물음에 답한다. 저자는 수십 년간 예술과 경영을 가로지르며 미술관을 찾는 글로벌 CEO들의 눈길을 쫓아왔다. 이 책은 그의 오랜 관찰과 통찰이 응축돼 있다.

이 책은 '숫자와 데이터에 갇힌 리더가 예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배워 한계를 돌파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경영자는 늘 결과와 성과라는 수치에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그 너머에 있는 감각·직관·상상력이 기업의 생명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예술이 어떻게 비즈니스의 창의적 돌파구가 되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리더가 왜 미술관에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질문을 던지고 관습을 깨뜨리는 것에 집중하며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이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리더가 작품 앞에서 '무엇을 보는가'를 다룬다. 뒤샹, 워홀, 보이스 같은 예술가들이 보여준 파격적인 예술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3장은 실리콘밸리 혁신가들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가 아트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 철학을 만든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4장은 작품을 통해 리더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을 강조한다. 또 5장에서는 예술과 돈, 비즈니스의 관계를 설명한다. 경매와 블록체인, 아트의 자본화 현상 속에서 리더는 시장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배운다.

갤러리를 방문한 BTS RM. RM인스타그램
갤러리를 방문한 BTS RM. RM인스타그램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Les étés du Louvre)에서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 김세연 기자
갤러리를 방문한 BTS RM. RM인스타그램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 리더들의 미술관 경험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바우하우스 디자인과 일본 선(禪) 미학에서 제품 철학을 끌어왔다. 팀 쿡은 매년 주요 미술관 전시를 찾는다. 그는 이를 통해 "제품이 아닌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관점을 다졌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카드 디자인에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션 방식을 접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방탄소년단 RM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며 "예술은 삶을 다른 차원에서 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아트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빠른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구조 속에 살아가는 한국 기업가와 직장인들에게 더욱 영감을 줄 수 있다. 저자는 "혁신은 상식의 바깥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미술관을 찾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투자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속 인용문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선명히 한다. 저자는 "아티스트는 탄광의 카나리아와 같다. 누구보다 먼저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아직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것을 형태와 이미지로 바꾼다"고 말한다.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는 리더가 날카로운 감각을 회복하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며, 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전략서'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미술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단순히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상을 흐름을 읽는 감각과 상식 너머의 발상이다.

책장을 덮은 독자는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작품 앞에 서 있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296쪽, 2만3천원.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ée d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Les étés du Louvre)에서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 김세연 기자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김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