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주권 사수]세계가 뛰어드는 '스테이블 코인'…시총 2,300억 달러

입력 2025-09-01 16:34:07

트리핀 딜레마와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가장자산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주요 가상자산 거래수단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5월말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2천309억달러(주요 스테이블코인 10종 기준)에 달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된 비중은 2017년 7.9%에 불과했지만 2025년 5월 84.0%로 급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전략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달러 기반 디지털 화폐'라는 기능을 넘어, 기축통화국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모순인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기축통화국이 국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계속 찍어내야 하지만, 그 대가로 무역적자와 재정 부담이 누적돼 통화 신뢰성이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를 말한다.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이 딜레마를 겪어왔고, 달러 패권 유지가 영구적일 수 없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이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완한다. 테더·서클 같은 민간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을 찍어내면, 미국은 직접 달러를 발행하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담보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만큼 반드시 국채와 현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즉,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미 국채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이는 국채 금리 안정과 재정 건전성 확보로 이어진다. 달러 유통과 국채 수요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보고서에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을 통한 국제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며, 기축통화국의 재정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IMF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 글로벌 금융 질서를 지탱하는 새로운 축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크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결제망에 도입해 국경 간 소액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AI·IoT와 결합하면 기계 간 자동 결제(M2M)가 가능해져,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킨 것은 단순히 금융안정 차원이 아니라, 달러 패권을 디지털 금융과 신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시키려는 국가 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