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아픈 몸으로 전 남편 협박에 시달리며 두 아이 키우는 엄마

입력 2025-08-26 06:30:00

어릴 적 어머니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 자라
드라마 보며 한국 동경…한국 남자와 결혼
가정폭력 일삼는 남편 피해 수차례 도망나와
최근 비인두암 진단…투병하며 생활고·전남편 협박 시달려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캐서린(42·가명) 씨가 두 아이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비인두암을 진단받은 캐서린 씨는 암 투병과 전남편의 협박,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지효 기자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캐서린(42·가명) 씨가 두 아이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비인두암을 진단받은 캐서린 씨는 암 투병과 전남편의 협박,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지효 기자

현실과 드라마는 천지 차이였다. 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동경해온 캐서린(42·가명) 씨는 결혼 이후 한국으로 이주한 뒤 갖은 고초를 겪어왔다. 멋있고 다정하길 바랐던 남편은 툭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이였고, 가정을 책임지려 하지도 않았다. 낯선 땅에 홀로 남겨진 캐서린 씨는 쉴 새 없이 일해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캐서린 씨에게 큰 병이 찾아왔다. 암 진단을 받고 눈물이 줄줄 나왔다는 그는 투병과 함께 마음고생을 하며 걸음을 걷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이 소원이라는 캐서린 씨는 생활고와 전남편의 협박에 시달리며 걱정에 밤을 지새우고 있다.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남편에게 가정폭력 당해

필리핀에서 태어난 캐서린 씨는 세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이후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캐서린 씨와 여동생은 외할머니와 이모 손에서 자랐고, 남동생은 재혼한 아버지 밑에서 컸다. 캐서린 씨는 아버지와 한 해에 두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캐서린 씨는 몸이 아파 몇 주나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니가 언제나 그리웠다. 하지만 마냥 실의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했고, 무사히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치과에서 보조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던 캐서린 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이모 소개로 한국 남자를 만나게 됐다. 매일 그와 영상 통화를 하며 만남을 이어가던 캐서린 씨는 한 달 만에 청혼을 받았고,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서류 정리와 비자 발급을 마친 후 한국에 온 캐서린 씨는 시집생활을 시작하며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느꼈다. 시골 작은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살던 남편은 캐서린 씨에게 집안일을 모두 떠넘겼으며 캐서린 씨의 외출을 통제했다. 캐서린 씨는 임신한 몸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돌보고, 돼지와 닭까지 길러야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궂은일을 하며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던 캐서린 씨는 매일이 서러웠다고 했다. 남편은 캐서린 씨에게 종교를 강요했고 캐서린 씨가 말을 듣지 않거나 대꾸하면 폭행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폭력이 점점 심해져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조사를 받고 나온 그는 여전히 임신한 캐서린 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캐서린 씨는 그를 피해 쉼터로 도망 나와 아이를 낳아야 했다.

캐서린 씨는 출산 이후에도 집과 쉼터, 지인 집을 오가며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다녔다고 했다. 결국 결혼 3년 차가 됐을 때 집을 뛰쳐나온 캐서린 씨는 대구에 작은 집을 얻었다. 하지만 남편은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아이를 다시 데려오라며 욕설과 협박을 했고, 결국 캐서린 씨는 남편의 보복이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을 폭력을 피해 도망 나오고 협박에 못 이겨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살았다. 자신이 둘째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캐서린 씨는 다시는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 대신 자동차 부품 부업이나 농사일, 식당일을 하며 돈을 벌어온 그는 대구에 완전히 정착한 뒤로는 이불 공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다.

캐서린 씨는 혼자 벌어 두 아이를 키우기 버거웠지만, 남편이 주소를 알게 될까 겁이 나 기초생활 보장 제도나 바우처 카드도 신청하지 못한 채 숨어 살았다고 했다.

◆암 투병·전 남편 협박·생활고 시달려 매일 걱정

이혼한 뒤에는 생활이 전보다 나아지길 바랐지만, 전남편의 집착과 협박은 계속됐다. 이젠 건강 문제까지 캐서린 씨를 괴롭혔다. 캐서린 씨는 지난 3월 비인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피곤해서 생긴 줄 알았던 얼굴 부근의 혹은 암 덩어리였고, 코와 목, 어깨까지 전이돼 있었다.

병원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캐서린 씨는 최근 동사무소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그동안 몸무게만 20kg 넘게 빠진 그는 불면증과 현기증에 시달리며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

캐서린 씨가 직접 돈을 벌 때는 어렵게나마 생활할 수 있었는데, 투병 이후에는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 형편이 점점 어려워졌다. 현재 받고 있는 160만원 남짓한 수급비로는 월세와 교육비, 식비, 병원비를 내고 나면 공과금 낼 돈이 부족했다. 그 탓에 휴대전화 요금이 두 달가량 밀렸다는 캐서린 씨는 비자 연장 등 앞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돈이 필요하다며 한숨지었다.

또한 캐서린 씨는 자신의 투병을 빌미로 전남편이 양육권을 뺏으려 한다고 걱정했다. 첫째 아이도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듯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욕설을 퍼붓는 아버지에게 경찰 도움을 받아 반년 전 접근금지 처분을 내린 첫째는 최근 임시조치를 연장했다고 했다. 캐서린 씨는 자신에게 항상 '엄마 몸부터 먼저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첫째가 대견하고 고맙다고 했다.

캐서린 씨는 투병 중 자신이 잘못되거나 아이들을 남겨두고 한국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올까봐 불안감에 시달린다. 캐서린 씨는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는데,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아픔을 물려주기는 싫다.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며 쓰게 웃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말기 암 투병 중인 허은숙 씨에 2,054만원 전달

두 달 전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입대한 아들을 기다리며 정돈 안 된 낡은 집에서 홀로 투병 중인 허은숙 씨(매일신문 8월 12일 12면 보도)에게 2천54만2천81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태원전기 10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전시형 10만원 ▷하경석 5만원 ▷하혜련 5만원 ▷방순옥 4만원 ▷강종수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정준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은경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진만 1만원 ▷박영수 1만원 ▷전선수 1만원 ▷허영재 1만원 ▷감사한석미혜 1만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마와 빚에 시달리는 강정연 씨에 2,242만원 성금

홀로 두 딸을 키우며 어렵게 생활해왔으나 각종 병마에 시달리며 병원비 빚에 고통받는 강정연 씨(매일신문 8월 19일 12면 보도)에게 47개 단체, 155명의 독자가 2천242만2천96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철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보드게임카페21 35만5천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진산한의원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이두부야범어점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진양상사(김인석)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법무사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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