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무역전쟁, 미중 협상에 촉각 [차이나쇼크 2.0]

입력 2025-08-17 18:10:00 수정 2025-08-17 19:41:09

적자국으로 돌아선 중국, 글로벌 시장 경합도 높아져
희토류 무기로 낮은 관세율 끌어내면 한국 타격 불가피

3차 미중 무역회담에서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3차 미중 무역회담에서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관세 휴전'을 연장하면서 국내 경제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의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11월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양국이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중국이 희토류를 내세워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긴장 속 해법을 모색하는 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 관세율 15%로 협상을 마무리한 한국에도 미중 무역 협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제1·2 교역국인 양국의 분쟁이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장기간 흑자를 안겨주던 국가에서 주요 적자국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한국은 518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내며 2018년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으나,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68억달러 적자를 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도 누적 약 69억5천만달러 적자인 상태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며 막대한 이윤을 챙겼지만 산업 구조 개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제조업이 부상하면서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이 강점을 가졌던 분야에서 중국에 밀려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해 발간한 '10대 수출 품목의 글로벌 경쟁 동향 분석' 보고를 보면 2024년 1∼3분기 기준 한중 수출 경합도지수(특정상품 수출경쟁 지표)는 38.5로 2019년(38.0)보다 올랐다. 이 기간 상위 5대 수출국 가운데 한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아진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특히 중국이 메모리 중심의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한중 반도체 수출 경합도는 주요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72.2로 조사됐다.

손수석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쉽지 않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중국이 낮은 관세율로 협상에 성공할 경우, 주요 산업군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중국은 관세 특혜가 없이도 저가 밀어내기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한중 협상 과정 및 결과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