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주창의문화센터 골목, 흡연 민원 폭탄 거리→금연 응원 거리로 변신

입력 2025-08-17 15:44:48 수정 2025-08-17 20:46:31

어린이·가족단위 방문객 많은 곳…표지판 설치 시각적 메시지 강화
보건소, 찾아가는 금연 클릭닉도

성주군보건소 관계자들이 창의문화센터 마당에서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성주군보건소 제공
성주군보건소 관계자들이 창의문화센터 마당에서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성주군보건소 제공

"여기는 흡연 민원 다발지역입니다. 담배꽁초 투척 금지! 절대 흡연금지!" 경북 성주군 성주창의문화센터(이하 센터) 인근 한 골목 입구.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쓰인 현수막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는다. 담배 연기와 꽁초 투척으로 몸살을 앓던 이 거리가, 이제는 '금연 응원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은 상가 앞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인도에 버려진 꽁초 등으로 아이와 부모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면서 성주군보건소(이하 보건소)에는 하루에도 몇 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센터에는 공공어린이집, 주민교류 커뮤니티 공간, 가족센터, 돌봄센터, 영화관, 국민체육센터 등이 입주해 어린이와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이에 보건소는 단속을 넘어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시각적 주목도가 높은 '금연 알리미 표지판'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경고와 제재만으로는 흡연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 주민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시각적 메시지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흡연자들이 무작정 배척당하는 대신, 건강하게 금연을 시도할 수 있도록 매주 '찾아가는 금연클리닉'도 진행하고 있다. 니코틴 의존도 평가, 맞춤 상담, 금연 보조제 지원 등 체계적 서비스를 제공해 '강제 금연'이 아닌 '응원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다. 김신희 건강증진팀장은 "표지판은 경각심을 주고, 클리닉은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 주말 센터를 찾았다. 입구부터 주변 골목까지, 눈에 띄는 곳마다 금연 표지판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에 있는 동안 흡연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아이 손을 잡은 부모, 유모차를 끄는 어르신,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거리를 지났다.

센터를 자주 찾는다는 한 주민은 "예전엔 아이 데리고 다닐 때 담배연기 때문에 길을 돌아갔다. 이제는 흡연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근 카페 사장은 "담배 냄새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이 사라졌다. 거리 자체가 훨씬 깨끗해지면서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느낀다"고 했다.

일부 흡연자 역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센터 근처서 만난 한 직장인은 "흡연자 입장에선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여기는 어르신과 아이들이 많이 다니니까 다른 곳에서 피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보건소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흡연 민원이 잦은 다른 지역에도 금연 표지판과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어린이집, 상가 밀집 지역이 우선 대상이다. 박길숙 보건소장은 "금연 정책은 강압보다 공감이 중요하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주군 금연 응원 거리는 이제 첫걸음을 뗐지만, 센터 앞 골목이 보여준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담배 연기가 사라진 자리는 주민들의 미소가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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