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협상에 쏠린 눈...지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촉각'[차이나 쇼크 2.0]

입력 2025-08-17 16:14:46

이미 시작된 관세 여파 생산 및 수출 감소 현실화
로봇·배터리 업계 대중 제재 반사이익 기대감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직물공장. 섬유 원사 재고가 가득 쌓여있다. 매일신문DB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직물공장. 섬유 원사 재고가 가득 쌓여있다. 매일신문DB

미국과 중국의 관세협상이 다시 90일간의 휴전에 들어가면서 지역 산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상호관세의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시작된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7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 제조업 업황 BSI(기준 100)는 전월 대비 7포인트(p) 떨어진 62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신규 수주(-7p)와 매출(-7p), 생산(-5p) 모두 하락했다.

경제 지표 악화는 수출 부진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대구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44억2천만 달러, 경북은 3.4% 감소한 180억6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로 대(對)미 수출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 미중 무역협상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대다수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강화하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공존한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로봇 전문기업 A사 대표는 "중국의 제조업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말도 안되는 가격에 제품이 풀리면서 경쟁력 면에서 국산 제품이 밀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특화된 제품군은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탈중국'이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섬유 업계의 경우 원사 수입 의존도가 높아져 불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섬유업체 B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원사 제조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중국산 비중이 적지 않다. 다른 방법이 없는데 중국 원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수출을 할 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배터리 업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으나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유지하며 북미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등 중국 외 소재사가 북미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양극재 시장은 중국의 기술 봉쇄와 미국, 유럽의 현지화 요구가 충돌하는 가운데, 안정적 생산역량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공급 과잉보다는 기술 완성도와 글로벌 분산 생산 전략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