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에 명품 인기 식었나… 리셀 열풍은 '옛말'

입력 2025-08-12 17:30:00 수정 2025-08-12 21:52:28

"오픈런하는 리셀러 1, 2명 정도로 감소"
"경기 나빠진 데다 명품 가격 오른 영향"
브랜드 양극화 뚜렷, 백화점 실적도 하락

12일 오전 10시 20분쯤 대구 신세계백화점 별관 연결통로와 이어지는 출구 앞에선 10여 명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백화점 직원은
12일 오전 10시 20분쯤 대구 신세계백화점 별관 연결통로와 이어지는 출구 앞에선 10여 명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백화점 직원은 "요즘은 개장 시간에 맞춰 백화점을 찾는 리셀러가 예전처럼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은빈 기자

12일 백화점이 문을 열기 직전인 오전 10시 20분쯤 대구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역광장 방면으로 난 백화점 출구 앞에 5명 정도가 서 있었다. 백화점 별관 연결통로와 이어지는 출구 앞에선 10여 명이 개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명품 '리셀'(되팔기)이 과열 양상을 보이던 3년여 전 '오픈런'(개장 전 줄서기) 고객이 별관 연결통로 절반까지 줄을 서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백화점 직원은 "요즘은 개장 시간에 맞춰 백화점을 찾는 리셀러가 예전처럼 많지 않다. 평상시 오픈런하는 손님 중 리셀러로 보이는 사람은 1, 2명 정도"라고 전했다.

불경기에 명품 소비가 시들해진 모양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산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명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리셀러도 줄어든 분위기라는 게 백화점 업계 설명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데다 명품 가격이 높아진 영향 등으로 명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한정판 출시와 같은 계기가 있을 때는 오픈런이 발생하지만 평상시에는 없는 편"이라며 "요즘에는 리셀 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 코로나 시기라는 특수를 겪으면서 리셀 가격이 높아진 때가 있었으나 이제 그런 트렌드가 지나갔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품목 중에선 시계·주얼리 인기가 견고한 가운데 의류·가방 수요가 꺾인 추세도 감지된다. 패션업계는 명품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간한 '패션소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샤넬코리아 매출은 1조8천446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펜디코리아(1천188억원)와 페라가모코리아(859억원) 매출은 각각 1년 전보다 22.0%, 12.7% 감소했다. 명품 소비 축소는 백화점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1.4%)과 현대백화점(-2.2%), 롯데백화점(-2.1%) 등 '백화점 3사' 매출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시계와 주얼리, 식품 상품군은 호조를 보였으나 패션 부문은 부진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주얼리, 시계 등에서 신장세가 이어졌으나 패션 부문은 다소 부진했다"며 "하반기에는 '쇼핑 랜드마크화' 등의 전략을 펼쳐 외국인을 중심으로 성장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출입문에
대구 신세계백화점 출입문에 "텐트 및 그늘막 설치를 삼가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