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합동 단속나선 국토부 등 관계기관…"걸리면 타겟 될까" 긴장하는 건설사들

입력 2025-08-11 17:30:00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103개 건설현장의 공사가 무기한 중지됐다. 7일 공사가 중지된 대구 중구 더샵 동성로센트리엘 현장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103개 건설현장의 공사가 무기한 중지됐다. 7일 공사가 중지된 대구 중구 더샵 동성로센트리엘 현장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업계를 향해 '산재 기업 면허 취소'라는 활시위를 당기면서 국토부 등 관계기관들이 업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는 물론 고령·외국인 중심의 근로자 구조, 공기 단축 관행 등 누적된 문제를 안고 있는 건설업계는 돌파구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중대재해 예방 포인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 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중대재해 예방 포인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 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칼 빼든 정부…전방위 고강도 단속나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1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50일 동안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합동 단속을 추진한다.

지자체와 공사 발주가 많은 LH, 철도공단, 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 10곳이 주요 대상이다.

이번 단속은 ▷중대 재해 발생 건설사 시공현장 ▷임금 체불 현장 ▷공사 대금 분쟁 현장이다. 아울러 건설산업정보원 등 관계 기관 40곳이 운영 중인 정보망을 연계한 국토교통부 조기경보 시스템 상 불법하도급 의심현장 등도 단속을 진행한다.

고용노동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근로감독관은 불시에 건설 현장에서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으로 분류하는 골조·토목·미장 등 공정의 안전 조치 준수와 임금을 직접 전액 지급했는지 점검한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불법하도급이 적발된 업체는 엄중히 처벌하겠다"며 "일회성 점검이나 보여주기식 조치에 그치지 않고, 단속 결과를 토대로 고질적인 불법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아 공정한 건설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산업재해와 임금체불은 중층적 하도급 등 동일한 구조에서 반복 발생한다"며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하도급이 더 이상 노동자 안전과 생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국토교통부와 원팀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사들의 '표적 우려' 심리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저격하며 건설 면허 취소, 공공입찰제 제외 등 강력한 법적 조치 검토를 직접 지시하면서 건설사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이들이 추진 중인 전국 모든 공사 현장(103곳)은 국토부의 전수 조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사들도 이번 단속에서 적발될 경우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경기 의정부 신곡동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김모씨(50)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자 고용노동부가 즉각 조치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현장에 대해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동시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 적용을 두고 중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보면 사고가 발생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남은 공기 때문에 공사를 안 할 수도 없고 참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을 옥죄며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미 심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에 단가가 후려쳐진 상황과 공기 단축 압박 심화, 외국인 노동자 비율도 더욱 증가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만을 옥죈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은 사실 더 큰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현장의 특성을 잘 고려한 단속을 진행하는 것이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업이 무너지지 않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 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 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다양한 개선 시도 나선 건설사…교육 강화 위한 정부 대책도

주요 건설사들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자체적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안전관리 예산을 확대하고 안전 감독상주,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3년간 안전 예산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올해 현대건설은 안전 예산으로 2천773억원으로 책정, 인공지능(AI) 기반 재해 예측 시스템과 장비 협착 방지 시스템, 원격 현장 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특히 협력사에 안전 관리비 50%를 선지급하고 무상 안전 컨설팅도 제공 중이다.

건설사 가운데 통역·다국어 제공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롯데건설도 AI안전상황센터를 가동 중이며,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자동 통역 시스템 기반의 교육 콘텐츠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평가 결과는 입찰에도 반영한다.

대우건설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안전보건 예산에 4천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전 현장에 모바일 안전관리 어플리케이션 '스마티'를 의무화했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작업 전 점검과 작업 중지 요청이 가능하다. 대우건설은 '안전혁신정책'을 통해 협력사 교육은 물론 VR 안전 교육, 소규모 현장 예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변화와 노력에 대해 정부도 업종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반기는 업체는 아무곳도 없을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한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해 사고가 발생하게 돼 대처를 못하는 데 이는 사업주뿐 아니라 현장의 근무자들의 교육 등도 강화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도 제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