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이 국내 채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급변하는 환경에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일자리 절반 이상 영향권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AI와 한국경제' 이슈노트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51%가 AI로 인한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조사에서 한은은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AI 노출도'와 'AI 보완도' 지표를 활용했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 보여주고,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에 따라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는 정도를 뜻한다. 이에 따라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로 분류된 근로자가 27%로 집계됐다.
다만 한은은 AI 전환이 청년층과 고숙련 집단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여성과 저연령층의 경우 AI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반면 학력이 높을수록 노출도와 보완도가 동시에 높다고 지적했다.
당장 IT업계에서는 AI 도입으로 인한 변화가 감지된다. 반복적인 작업이나 단순 코딩은 초급 개발자를 고용하기 보다 AI에 업무를 맡기는 경우 효율성이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IT업계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AI를 도구로 활용하면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경력이 있는 개발자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IT업계 채용 공고는 1년 전에 비해 13.4% 급감했다. 매년 늘어나던 경력직 개발자 채용 공고도 5.3% 감소했다.
◆고용 유연성 확보해야
AI 기술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국내 통신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이후 두 번째다.
SK텔레콤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존에 주던 5천만원 퇴직위로금을 최대 3억원으로 인상했다. 50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으로 본사 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였다. 해외 자회사 추가 감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직된 국내 고용 시스템에 맞춰 기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닌 신규 채용을 줄이는 '조용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도입 확산으로 과감한 조직 개편에 나서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 등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 강화로 우리 기업들의 AI 전환에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등 인력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AI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고용시장도 이에 맞춰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은 자칫 '고용없는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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