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투자·에너지 1000억 달러 수입 조건
자동차 관세 日·EU 우위 잃고 막대한 대미 투자 금액 부담감
주요 수출품 경쟁력 위협받아…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파 예상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 같은 관세 인하에는 한국 측의 대규모 대미 투자 및 시장 개방 조치가 조건으로 따라붙었다. 정부는 이번 타결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평가했으나,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위를 상실한 과도한 양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전쟁의 급한 불은 껐지만, FTA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주요 수출품의 경쟁력이 위협받으면서 향후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직접 협상 타결 사실을 발표했다. 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일부 전략 품목에 대해서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상응해 한국은 미국에 대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1천억달러 규모의 LNG 등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투자금 가운데 1천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업과의 협력 펀드이고, 나머지 2천억달러는 반도체 및 바이오 산업 등 트럼프 대통령이 선정하는 분야에 투자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 투자 펀드의 수익 중 90%를 미국이 소유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내 일부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와 함께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에 대한 시장을 전면 개방(open to trade)하고, 미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무관세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문제는 이런 '조건부 타결'이 한미 FTA 체제에서 한국이 누려온 수출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은 유사한 관세 인하 조건 아래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낸 반면, 한국은 자동차·농산물 등 핵심 분야를 전면 개방하면서도 실익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FTA 무관세 혜택 소멸로 일본과 EU에 경쟁 우위를 잃었다는 우려도 있다. 자동차 관세도 15%로 확정돼 목표치였던 12.5%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다. 일본과 EU가 적용받는 15% 관세는 기존 2.5%에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더한 수치다. 반면 FTA 적용으로 0%에서 시작한 한국은 기준점 격인 12.5%까지 관세를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무관세를 통해 일본·EU 자동차에 대해 가졌던 상대적 우위가 사라지게 됐다.
대미 투자 규모 역시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의 약 2.15배(2024년 기준 명목 GDP 일본 4조262억달러·한국 1조8천697억달러)이고 EU(19조4천233억달러)는 10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중되는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규모는 GDP 대비 약 20.4%에 육박하는 수준인데 일본의 대미 투자액은 GDP 대비 약 13.1% 수준, EU는 GDP 대비 6.9%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사실상 협상 실패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이내 한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합의가 향후 정상급 외교 일정과도 연계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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