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아파트 관리비…대구 관리비 소송 최근 5년 17건

입력 2025-08-18 15:10:06 수정 2025-08-18 20:31:15

아파트 관리업체, 경비원·청소직 연차수당, 퇴직금, 4대보험료 등 미지급금 '꿀꺽'
수성구 아파트 입주자 지난해 소송해서 미지급금 6천만원 환수
대구시 공동주택관리규약 허술, 입주자대표 교육 등 관리강화 필요

대구 도심 상공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 매일신문 DB
대구 도심 상공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 매일신문 DB

대구지역 아파트 관리비가 관리업체의 꼼수로 인해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단지가 관리비 미정산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 6천만원을 반환 받는 등 최근 5년 간 이같은 소송을 낸 아파트 단지가 10곳이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 '범어에일린의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에 선지급한 관리비 중 미사용된 금액이 정산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 6천만원 반환 판결을 받아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선지급한 퇴직금·연차수당·보험료 등 약 5천900만원이 실제로는 쓰이지 않았고, 계약 종료 후에도 반환되지 않은 채 업체가 보유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 아파트 뿐 아니라 이같은 소송을 제기한 아파트단지는 최근 5년 간 확인된 것만 17곳에 달한다. 단지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천세대 기준으로 관리업체가 선지급 받았으나 미사용 금액이 1년에 1억원 정도에 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 선지급된 관리비, 미사용 후 관리업체 '꿀꺽'

매월 수십만원씩 빠져나가는 아파트 관리비 중 일부는 경비원·청소직 근로자의 연차수당, 퇴직금충당금, 4대 보험료 등으로 선지급된다. 그러나 정작 해당 근로자가 1년 이내 퇴직해 지급되지 않고 업체가 보유하거나 반환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4대 보험료의 경우 산정요율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

공동주택에는 관리규약은 있으나 이같은 상황을 강제할 수 없는 권고 수준인 경우가 많아, 입주자대표회의가 일일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응이 어렵다.

범어에일린의뜰 경우도 대구지방법원이 "사용하지 않은 관리비는 위임계약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있었다.

◆대구시 공동주택관리규약 강화해야

대구시 공동주택관리규약에는 퇴직금이나 4대보험료에 대한 정산은 '지급 권고' 수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 집행력을 갖기 어렵고, 입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거쳐야만 미사용 금액을 돌려받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돼 있다.

지자체의 소극 행정도 한몫 한다. 관리비 문제 민원의 경우 지자체는 일관된 조치 없이 입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는 "관리비가 눈에 보이지 않게 새고 있는데도 대부분 입주민은 모른 채 지나간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나서고, 법적 대응을 통해 몇 천만 원을 돌려받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지난 5월 규약을 개정해 퇴직금 및 연차수당 등 관리비 정산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했지만, 경비나 청소인력에 대한 규정은 빠져있다. 반면 서울시는 미지급 관리비의 반환, 잡수입 귀속, 위반 시 제재 조항 등 다층적인 규제를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관리비 집행 내역의 정기적 외부 감사 도입 ▷관리계약 시 위임조건 명문화 및 미지급액 자동 반환 조항 삽입 ▷지자체 규약 준칙에 강제적 정산 의무 조항 포함 ▷입주자대표회의 대상 교육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꼽았다.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치로 공동주택관리규약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올 연말까지 서울시 조치를 참고해 보완할 예정이며 예산을 미리 편성 안 하고 증빙해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