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현] "First, I Win.", "Second, Win-Win."

입력 2025-07-28 17:54:55 수정 2025-07-28 17:56:1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주의'가 세계 각국에 관세 융단폭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 혈맹인 우리 대한민국도 25%의 관세 통보를 받았다.

"First, I win. Second, win-win."

이 짧은 문장은 트럼프식 세계관의 핵심을 담고 있다. 즉, 상대와의 공존은 내가 먼저 승리한 뒤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접근은 전통적인 대통령의 모습과는 다르다.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철저한 기업가다. 그의 통상 정책은 '국가=기업'이라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을 미국이란 대기업의 CEO로 간주하고, 철저하게 수익성과 협상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정책을 전개한다.

그러나 국가는 단순한 영리 조직이 아니다. 국가는 이윤만이 아닌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지향하는 공동체이며, 국제 질서는 단순한 거래의 연장이 아닌 신뢰와 협력의 구조 위에 세워져 있다.
돈을 얼마나 비축하느냐보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반복되면, 동맹국조차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고객'으로 전락할 수 있다. 파트너십은 계약이 아니라 신뢰로 유지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미국의 감정적 압박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응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이익을 인정하되, 동시에 공동의 규칙을 지켜야만 얻을 수 있는 '협상의 공간'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 한다. 그 자체는 이해 가능한 목표다. 그러나 수단의 선택과 과정의 설계가 문제다.
전방위적 고율 관세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파트너 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며, 세계 무역의 신뢰 기반을 흔든다. 단기적 만족감이 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도처에 존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의 방식이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적 통치 철학에 너무나 닮아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겨야 네가 얻을 기회도 생긴다'는 위계적 논리는 상대의 자율성과 협력의 기반을 침식시킨다. '이겼다'는 감정을 통해 지배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복된 승리의 연출은 오히려 신뢰를 거두게 만든다.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트럼프식 힘의 논리를 거부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승리했다는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진짜 Win-Win'의 길을 설계하는 지혜다. 지속 가능한 국제 관계란 일방의 패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체면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동 설계만이 진정한 동맹과 파트너십을 만든다.
미 전략문제 연구소 윌리엄 라인시 연구위원은 "최소한의 피해만 입으면서 어떻게 트럼프가 이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란 조언을 남겼다.

미국은 자유무역 질서를 만든 주역이자 수혜자였다. 이제 그 미국이 자신이 만든 규칙에서 이탈하려 한다면, 이는 단지 정책 변화가 아니라 문명 질서의 후퇴를 의미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승리를 넘어서는 협력과 신뢰 위에서 탄생한다. "America First"가 세계를 압박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 걷기 위한 선언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부처를 죽여라'는 가르침처럼 진정한 지도자는 마키아벨리의 그림자를 넘어야 한다. 힘을 위한 승리가 아닌, 신뢰를 위한 승리를 설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는 시대를 이끈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다.

올 가을 경주APEC에서 존경받는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가 만날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상현(경상북도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