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 "과분한 사랑 받은 행복한 선수…짐승이란 별명도 좋아"

입력 2025-06-28 19:01:41

"2차 드래프트 이적은 지난 일…대학원생,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야구 공부 중"

김강민이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 SSG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교체된 뒤 SSG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민이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 SSG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교체된 뒤 SSG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민(42)은 24년의 프로 생활을 돌아보며 "과분한 사랑을 받은 행복한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강민은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밝게 웃었다.

SSG는 이날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김강민 은퇴식을 열었다.

김강민은 "정말 행복하다. 지금 내 감정의 80%는 행복이고, 나머지 20%는 긴장감"이라며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게 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어두운 은퇴식 특별 유니폼도 마음에 든다. 나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SSG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렀던 '사건'도 이제는 웃으며 회상한다.

2001년 SK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강민은 SSG가 2021년에 SK 구단을 인수한 뒤에도 2023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그는 2023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선택을 받아 이적했다.

당시 SSG 팬들은 김강민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뺀 구단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강민은 한화에서 뛰는 동안 '2차 드래프트 이적'에 관한 언급을 피했다.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김강민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은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당시 SSG 구단의 상황, 나의 입장이 있었다. 프로니까, 이적 등의 문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화에서 1년 동안 지내며 많은 것을 얻고 배우기도 했다. 한화에 감사 인사 꼭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 행복한 기억만 남았다"고 밝혔다.

한화에서 은퇴 선언을 했지만, 김강민은 이날 SSG 특별 엔트리에 등록돼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1∼2024년, 24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 무대를 누빈 김강민의 통산 1군 타자 성적은 1천960경기 타율 0.273, 1천487안타, 139홈런, 681타점, 810득점, 209도루다. 투수로도 1경기 등판했다.

은퇴식에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최지훈과 교체되긴 했지만, 김강민의 출장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다.

결국, 김강민의 1군 타자 출장 경기 수는 1천961경기로 늘어났다.

김강민의 마지막 소속도 한화가 아닌 SSG가 됐다.

SSG가 김강민의 은퇴식을 처음 기획할 때, 김강민은 특별 엔트리 등록을 정중히 고사했다.

김강민은 "사실 은퇴식 얘기가 나왔을 때 공을 몇 번 던져봤다. 그런데 팔이 아프더라. 사흘을 앓았다"며 "'공을 던지지 못하는 김강민의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SSG 구단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교체할 수 있다"고 김강민을 설득했고, 김강민은 가장 익숙했던 장소인 SSG랜더스필드 외야 중앙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김강민은 현역 시절 '감각적인 수비' 덕에 '짐승'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내게 정말 어울리는 별명이다. 그 덕에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다"며 "야구 선수로는 야성적인 별명을 얻었지만, 이제는 은퇴했으니 애완동물 같은 부드러운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짐승'이란 별명 안에 팬들의 사랑이 듬뿍 담겼다는 걸 잘 아는 김강민은 "나는 정말 과한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며 "내가 부진할 때 야구장 밖에서 만난 한 팬이 '잘 좀 하지'라고 말씀하셨는데, 목소리에 '정말 응원하는 데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더라. 팬들 덕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고마워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무척 많다.

김강민은 "좋은 지도자를 정말 많이 만났다. 그래도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 김강민'을 만들어준 김성근 감독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는 선수 때나 지금이나, 나를 든든하게 지원해준다. 딸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우리 가족,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가족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강민은 "다시 태어나면 야구 선수로 뛰지 않겠다"며 "내가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 다음 생은 야구를 즐기고, 야구 선수를 응원하는 팬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