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는 문'의 문턱… 외국인 유학생 채용은 왜 어려운가?

입력 2025-06-28 14:12:00

"인재는 있는데 채용은 어렵다"… 외국인 유학생 활용 정책 재정비 시급
외국인 유학생 채용, 만족도는 높지만 지원 활용률은 낮아
비자·정보 부족 등 현장 애로 뚜렷… 인턴십·통합플랫폼 요구 커져

계명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상상컬러벌 축제. 계명대 제공
계명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상상컬러벌 축제. 계명대 제공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자 제도와 정보 부족이 현장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참여율은 낮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장에선 제도 완화와 행정지원 확대, 맞춤형 인재 매칭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유학생 늘었지만…채용 전환은 부족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외국인 유학생 채용 지원제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4년 4월 기준 20만8천962명으로 집계돼 2016년(10만4천262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천737만명에서 2050년에는 2천418만 명으로 35.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학생 인력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지지만, 실제 채용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35.9%에 그쳤다. 정부나 지자체 외국인 유학생 지원사업을 활용한 비율도 13.9%에 불과했다.

무역업계 외국인 사무직 채용 설문조사(올해 2~3월)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27%가 외국인을 사무·행정·연구직으로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8.7%는 '해외마케팅', 20.6%는 '외국어 능력'을 채용 사유로 꼽았으며,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3.8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경일대
경일대 'RISE 시범 시·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박람회' 모습. 경일대 제공

◆채용 애로는 '비자'와 '정보 부족'…제도 접근성 낮아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확대하기에는 제도적 걸림돌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기업 응답자의 64.1%는 외국인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으며, 가장 큰 애로사항(중복응답)은 '구직자 정보 부족'(39.4%), '비자 발급 등 복잡한 행정절차'(35.9%)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언어·문화 차이로 인한 적응 문제'(29.6%), '잦은 이직으로 인한 인사 관리 부담'(17.4%), '높은 인건비'(13.2%)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원 확인 어려움(0.7%)이나 개인 역량 검증 애로(0.3%)도 일부 언급됐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한국어는 물론, 채용 프로세스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기업이 일일이 직접 수집해야 해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 지원사업의 효과는 인정되지만, 활용도는 여전히 낮다. 채용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65%는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지만, 전체 기업 중 실제 참여 비율은 13.9%로 저조하다. 서울시, 부산중기청 등에서는 인턴십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현장 체감도는 낮다.

지원사업을 활용한 기업들은 "유학생 채용박람회를 통해 채용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기계류 수출업체), "인턴십을 통해 실제 업무 태도를 검증할 수 있어 유익했다"(바이오의료기업)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직률이 높고 실무 적응력이 낮아 교육 부담이 크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체)라는 지적도 있었다.

14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민속촌 구계서원에서 열린
14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민속촌 구계서원에서 열린 '관례·계례 행사'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전통 성년식을 가지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비자 발급과 각종 절차 간소화 필요"

현장에선 각종 요구안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바라는 과제는 '비자 발급과 체류 연장 행정절차 간소화'였다. 조선기자재 수출업체 A사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비자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전용 패스트트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장비 수출업체 B사는 "비자 지연으로 채용이 무산되는 일이 있다"며 기업 전용 행정지원 창구 운영을 건의했다.

특히 전문인력(E-7-1) 비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4월부터 전문인력 비자 발급 기준이 GNI(국민총소득) 80%(약 3천900만원) 기준에서 법무부 고시 기준(연봉 2천867만원)으로 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이전 기준(GNI 80%)을 적용해 혼란을 겪고 있다. 비자 요건·제출서류·임금 기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전문 상담 창구의 필요성이 크다.

심사 기준도 여전히 복잡하다. 채용 기업은 국세·지방세 체납이 없어야 하며, 외국인은 학력과 경력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전공 연계성, 자격증, 인턴경력 여부에 따라 비자 허용 여부가 갈린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비자 요건 및 제출서류, 관련 법령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신속한 유권해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교육·인턴십 그리고 정보 접근성"

사전교육과 인턴십 확대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용 기계류 수출업체 D사는 "박람회에서 지원자들의 한국어 소통 역량이 기대 이하였다"며 사전 한국어 및 직무교육 강화를 요청했다. 섬유제품 수출업체 E사는 "인건비 보조를 통한 인턴십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학생 정보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반도체장비 수출업체 G사는 "전공과 언어능력, 자격증 기반으로 인재를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수산식품 수출업체 H사는 "채용공고를 여러 번 내도 적합한 인재가 오지 않는다. 검증된 인재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기원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실 차장은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 사회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비자 행정절차, 구직자 정보 부족 등 기업이 겪는 채용 애로 해소를 위해 상시적 매칭 체계와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명대가 2년 연속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우수인증대학에 선정됐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특별한 학위수여식. 계명대 제공
계명대가 2년 연속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우수인증대학에 선정됐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특별한 학위수여식. 계명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