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은 약 150㎝ 길이인 대장 끝에 위치한 소화기관으로 항문관과 괄약근, 정맥총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배변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신체 기관이다. 신경이 매우 풍부하고 예민하다보니 작은 자극에도 쉽게 통증이 발생하고 출혈이 동반되는 등 아프면 일상생활에 말 못할 불편을 초래하는 부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이 나오는 부위'라는 인식 탓에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부끄러워하며 참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크게 병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 치질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항문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치질'이라 부르는데, 흔히 일반인들이 '치질'이라 부르는 질환은 치핵, 치루, 치열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이 늘어나 부풀거나 뭉쳐 혹처럼 돌출되는 질환이다. 치루는 항문 주위의 염증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 작은 구멍이 생기면서 고름이나 분비물이 피부 밖으로 흘러나오는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치열은 단단한 변이나 잦은 설사로 인해 항문 점막이 찢어진 상태로 배변 시 심한 통증과 출혈을 유발한다.
항문 질환은 치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 염증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과 붓기를 동반하는 항문 주위 농양 등 말 못할 항문 질환은 꽤나 다양하다.
◆ 치질, 가장 흔한 항문 질환
잘못된 배변 습관과 매운 음식 위주의 식습관,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 습관 등 치질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질에는 의외의 원인도 있다. 채민수 곽병원 1외과 진료부장은 "치질은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가족 구성원 중 치핵 환자가 있다면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 또, 임신 중 혈류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치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배변할 때 피가 섞여나오거나 항문을 둘러싼 점막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거나 염증이 생기는 등이 치질의 기본적인 증상이지만 정도에 따라 1기~4기로 분류된다.
1기 치질은 배변 시 항문에 힘을 줄 때 내치핵이 충혈되고 어쩌다 한 번씩 화장지나 변에 피가 묻는 수준으로 밀려나오는 것은 없는 상태다. 2기 치질은 배변 등으로 힘을 줄 때 덩어리가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자연스럽게 들어가므로 불편하지 않는 수준이다. 3기 치질은 배변 시 덩어리가 튀어나오며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수준이다. 항상 덩어리가 노출되어 있고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 이르렀을 때가 4기 치질이다.
일반적으로 3기와 4기 치질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만 환자 개인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1기나 2기 치질 환자들이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 수술을 마음먹었다면?
치질 치료법 중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적외선 응고법, 전기응고법, 고무 밴드 결찰술 등이 있다. 대개는 시술이 간단하고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 아니며 재발 가능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제대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을 통한 방법일텐데,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방형과 폐쇄형을 나누는 기준은 치핵의 증상을 나타내는 점막 및 혈관 부위를 근치적으로 절제한 후 그 아래로 개방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다.
개방형 수술의 경우 절제 후 상처 부위를 개방 상태로 유지하여 통증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2~3주 정도 상처 부위에서 진물이 나오는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폐쇄형 수술은 상처 부위를 봉합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지만 통증이 심한 편이다.
◆ 결국 습관 개선이 예방책
치질의 치료와 예방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는 식이 조절과 생활습관의 개선이다. 보존적 치료와 더불어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고, 배변 후 좌욕을 포함한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항문 괄약근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비와 설사를 피해 규칙적인 배변 습관 또한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단의 경우 자극적인 음식은 줄이고 채소, 과일, 나물, 미역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변비약 사용도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 채민수 진료부장은 "변비약은 복용 기간 동안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인위적인 배변 활동으로 장의 자율적 운동을 저하시키고 점막을 둔화시킨다"며 "그로 인해 배변 반응이 약해지면서 치질이 유발될 수 있거나 있던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움말 채민수 곽병원 1외과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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