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유변] 무너진 한국의료,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입력 2025-06-11 06:30:00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홍보본부장.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홍보본부장.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하면서 촉발한 의정갈등은 탄핵 후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한국과 일본이 2.6명으로 평균보다 적으며 의사가 가장 많은 그리스는 1천명당 6.3명이다. 의사 수만 보면 그리스가 의료 선진국 같으나 현실은 그 반대다. 의사 수만 많은 대다수 국가의 의료 수준은 암울한 수준이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은 OECD 통계에서 드러난다. 의료 접근성의 경우 한국인이 1년간 진료받는 횟수는 15.7회인 반면 의사 많은 그리스는 2.7회에 불과하다. 총 병상수는 OECD 평균 3배로 입원이 쉽고 회피가능 사망률은 평균보다 낮으며 기대수명은 더 길다. 한국 의료의 우수함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의료 시스템 차이도 크다.

그리스 의사는 열심히 환자 봐도 근무 강도만 높아지고 급여는 동일하니 환자를 많이 보지 않고 하루에 단 2명만 진료하며 근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오히려 의사를 더 뽑아 달라고 요구한다. 한국은 반대로 의사가 일을 많이 하니 병원에 가기 쉽고 그만큼 경험이 쌓이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필수의료는 노력과 위험도 대비 보상이 적고 선의의 의료 행위에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과도한 형벌을 가하니 의사들이 점점 필수의료를 기피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남들 기피하는 고난이도의 위험 업무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의사만 많이 뽑으면 자질 여부를 떠나 누군가는 낙수효과로 필수의료를 한다며 막무가내로 증원하여 의료를 파탄내더니 종국에는 자기 말 안 듣는 의사들을 처단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탄핵 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가 촉발한 의정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고 그 해결 열쇠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에서 지역의대,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등을 통한 지역·필수· 공공 의료 살리기, 중증·응급의료 수가 현실화등을 통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희귀난치질환 지원확대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그 외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수가보상체계 개편, 과도한 의료이용 억제 등을 의료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요 쟁점인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 지역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 강화와 취약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및 인센티브 체계로 지역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도서 지역에는 인구가 적어 수요가 없으니 병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수요가 적어도 병원이 유지되게끔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제공해야 된다.

또한 의료사고·분쟁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과 필수의료 분야의 정상적 의료행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국민은 누구나 최고 수준의 의료인에게 필수 의료를 받고 싶어 한다.

단순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의사 수는 늘릴 수 있으나 국민이 원하는 최고 수준의 필수의료진은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의료전문가를 배제하고 의료정책을 졸속으로 정하여 한국 의료를 퇴보시켰으며 박민수 차관은 사태 해결은 커녕 전세기를 이용해 외국에서 진료받게 하겠다는 등 희대의 망언을 하며 국민을 우롱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바로 잡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보건의료정책위원회에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여 지속가능한 올바른 의료정책을 추진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홍보본부장(이준엽이비인후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