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속출' 폭동급 LA시위, 주 방위군 2천명 투입

입력 2025-06-09 16:33:34

당국, '불법집회' 규정 해산시도 "최루탄 발사"
트럼프 강경대응 "불법이민자들은 추방될 것"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 방위군 철수하라"

8일(현지시간) LA 시내에서 시위대의 한 여성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당국의 보안요원에 맞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LA 시내에서 시위대의 한 여성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당국의 보안요원에 맞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체포·구금·추방 등)에 반발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주 방위군 2천명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섬광탄을 발사했고,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비살상탄에 맞아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 방위군과 국토안보부 요원이 LA 도심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밖에 모여 있던 수십 명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NYT는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시위대에 비살상탄을 발사한 사람 중 일부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특수대응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부터 LA 곳곳에는 주 방위군이 속속 도착했다. 투입 예고된 2천명 중 300명은 이미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소총을 든 채 시위 진압에 나섰고, 수백 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들도 일부 고속도로를 차단했다.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서는 "시위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진압 요원들의 대열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 "집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토바이를 탄 2명이 시위 진압 요원들을 향해 돌진해 요원 2명이 부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시위대 일부는 LA 현지의 자율 주행 자동차 '웨이모'를 부수고 불을 질렀으며, 현지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점거된 도로 진입이 한때 차단됐으며,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어야 했다.

"긴장 고조" 트럼프 정부의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반발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LA 시위.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최루탄, 고무탄, 후추탄 등을 연이어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시위대 상당수가 당국의 해산 시도 과정에서 체포됐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당국은 해가 진 뒤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LA에서 발생한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밤 시간대에 더욱 거친 폭력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에 "힘든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법과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라며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에 LA를 이민자의 침공자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가 불법이며 주 자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면서 주 방위군 철수를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끼어들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 방위군은 평소 주지사의 지시를 따르지만, 내란 등 특수한 경우 연방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없이 주 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1965년 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이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주(州)에 군대를 보낸 이후 처음이다.

한편, 시위대 해산 시도 과정에서 언론인이 시위 진압용 비살상탄에 피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오후 9시쯤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닉 스턴 사진기자가 진압당국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펀지탄'에 허벅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