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 진단약 '글루오렌지'와 ADHD 치료제 '콘서타' 등
"'글루오렌지' 재고 좀 있으신가요?"
9일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다른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성 당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의약품인 '글루오렌지'가 전국적으로 재고가 바닥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요즘 '글루오렌지'의 재고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산모를 재고가 있는 병원이나 보건소로 연결시키기 바쁘다"며 "우리 병원은 미리 확보해서 버티고 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몰라 의료진들이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일부 전문의약품들이 품귀현상을 겪고 있어 각 병·의원들이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글루오렌지'의 생산이 올해 3월부터 중단됐다. 이 약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는 정부와 각 병·의원에 "원료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며 "6월부터는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는 공급 예정 시기를 7월로 다시 늦추면서 각 병·의원이 의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들은 걱정이 크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기간에만 나타났다가 출산 이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미리 알지 못하고 방치하면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성 당뇨 검사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필수적인 검사임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
공급 불안정을 겪는 의약품은 '글루오렌지'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원료로 하는 '콘서타', 성인용 수두 예방접종 백신 등의 의약품도 공급이 중단됐거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콘서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의약품이 확보되는 만큼 처방하는 등 일정한 처방이 어려워져 곤란해하고 있다. 이 원장은 "대체 약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적용했을 때 그 효과가 달라서 쉽게 대체 약품을 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환자들에게 설명하느라 진땀이 흐를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경찰, 소방관 등 일부 직종은 매년 수두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 병·의원에서 유아와 청소년용 물량은 확보가 돼 있지만 성인용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이를 갖춘 의료기관을 찾느라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발생 원인으로 너무 낮은 약값을 들고 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이 국민들을 위해 의약품의 단가를 너무 싸게 잡아놓은 탓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 의약품을 공급하기를 꺼려한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오죽하면 '한국의 약값이 너무 낮으니 굳이 한국에 수출량을 늘일 필요가 없어서 의약품 공급이 안되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라며 "대체약이나 복제약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이를 연구개발하기에는 시간도, 시설도, 투자 규모도 너무 부족해 한동안 수급 불안정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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