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우 박정자(83) 씨가 지인들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란 제목의 부고장(訃告狀)을 보냈다. 오는 25일 강릉 순포해변에서 '생전 장례식'(생전장·生前葬)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생전장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장례식 장면 촬영을 겸한 것이란다. 박 씨가 쓴 부고장은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등의 글로 채워져 있다.
2017년 12월, 일본 대기업 고마쓰의 전(前) 사장 안자키 사토루(당시 80세)는 생전장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모임을 개최하려 합니다." 유명 기업인의 생전장은 일본 사회에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일본에선 2010년대 이후 '종활'(終活)이 유행했다.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활동이란 의미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던 러시아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의 경구(警句)가 떠오른다.
생전장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 2022년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다. 젊은 세연(염정아)은 폐암 진단을 받는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두 달. 세연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남편 진봉(류승룡)은 무심한 듯해도, 아내의 소원을 이뤄 주려고 애쓴다. 세연의 '첫사랑'을 찾는 여정(旅程)도 함께한다. 진봉은 세연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연다.
"혹시라도 오고 가다 우리 서진이 예진이 만나면 '밥은 잘 먹는지, 약은 챙겨 먹는지' 한 번씩 물어봐 주시고요. 혹여 철없는 짓 하고 있으면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좀 꾸짖어 주세요. 내 남편 강진봉 씨,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 첫사랑이었네. 혼자 살지 마. 자기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 좋은 사람 만나서 외롭지 않게 오래오래 살다가 다시 나한테 와." 세연의 인사말은 뭉클했다. 아름다운 이별(離別)이다. 생전장은 낯설다. 그래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인생길 끝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웰다잉(well-dying)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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