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드'는 짧은 거리의 퍼팅이 남았을 때 실제로는 치지 않고 홀컵에 넣은 것으로 인정해 주는 골프 용어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오케이(OK)'라고 한다.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경기 시간도 단축하고, 자칫 감정이 살짝 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和氣靄靄)하게 만드는 조미료 역할도 한다. '홀컵에서 1m 이내'라는 묵시적(默示的) 룰이 있지만 라운딩 동반자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融通性) 있게 적용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우정에 금 가는 거리', 즉 '컨시드를 주기엔 남은 거리가 다소 길고 그렇다고 퍼팅을 하라고 하기엔 서운할 수 있는 거리'에 효과적이다.
최근 느닷없는 '컨시드' 논란이 일었다. 골프 경기에서 나온 '골프공' 컨시드가 아니라 국가 간 정상 외교에서 나온 '비행기' 컨시드여서 이목을 끌었다. 그것도 자그마치 4억달러, 우리 돈으로 5천600억원이 넘는 컨시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동 순방(巡訪) 과정에서 카타르 왕실로부터 선물받기로 한 전용기를 골프의 '컨시드 퍼팅'에 비유(比喩)하면서 나온 논란이다. 트럼프는 "컨시드 퍼팅을 받으면 공을 주워 다음 홀로 걸어가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컨시드를 언급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과한 컨시드는 안 받는 게 보통이다. '우정에 금 가는' 거리를 훌쩍 넘어서면 라운딩 동반자가 '컨시드'를 외쳐도 손사래를 친다. 프로에선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인 골프대회인 스트로크 경기에선 대부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 정상(頂上)은 프로 중의 프로다. 그들이 나서는 국가 간 정상외교(外交)는 메이저 골프대회인 셈이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골프계로 치면 타이거 우즈라 할 수 있다. 우즈가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컨시드를 받는 격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5천600억원짜리를 '고맙다'며 덥석 받았다. '컨시드'라고 하면서 말이다.
컨시드는 인색(吝嗇)해도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지만 과(過)해도 문제가 된다. 다른 경기에서도 과한 컨시드를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트럼프를 만나게 될 세계 각국 정상은 이미 '과하디과한' 컨시드를 받은 트럼프에게 또 어떤 컨시드를 얼마나 줘야 할지 머리 아프게 생겼다. 골프에서든 외교에서든 컨시드는 적당(適當)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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