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에서 산나물 샀더니 산불 성금 기부 '착한 소비'

입력 2025-05-12 15:56:25 수정 2025-05-12 19:44:37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 성료…산불 극복 손길 이어져
11만여 명 방문…50억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
상인들의 따뜻한 기부와 착한 소비로 이어져

오도창 영양군수가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에서 지역민들이 판매하고 있는 산나물을 들어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영양군 제공
오도창 영양군수가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에서 지역민들이 판매하고 있는 산나물을 들어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영양군 제공

"영양에도 다시 봄이 옵니다."

잔잔한 봄비가 내리던 지난 9일 오후 2시쯤 경북 영양군청 일대. 푸른 산나물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곳에서 지난 3월 대형 산불 발생 이후 열린 첫 행사인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이 펼쳐졌다. 11일까지 3일간 11만여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영양을 대표하는 어수리, 곰취, 두릅, 산마늘 등 봄철 산나물 요리가 가득한 '산나물 전 거리'는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전통음식 체험행사, 건강생활실천홍보관, 탄소중립 백패킹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열렸다. 체험형 콘텐츠는 현장 분위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대구에서 방문한 권동만(56) 씨는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더 큰 산불 피해 현장이 보여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 비가 산불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씻어주는 것 같아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작은 기적들이 피어났다. 산나물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수익금 전부 또는 일부를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으로 기부했고, 비가 내리는 늦은 시간에도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착한 소비'에 동참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산불 희망 특별 주제관'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곳에는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사연과 복구를 위한 노력들이 전시돼 있었다.

안동시민 문수지(35·여) 씨는 "주민들이 다시 일어서겠다는 희망을 보면서 저도 힘을 얻었다"며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산나물을 구입하고 음식을 사 먹는 작은 소비가 모아져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양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약 50억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청 잔디광장에 마련된 산불 피해 주제관과 고향사랑기부제 부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며, 산불로 상처받은 지역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에 참여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수익 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역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선금으로 전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장에서는 착한 소비를 위한 많은 방문이 이어졌다. 영양군 제공
'다시 봄은 온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 행사장에서 많은 방문객들이 현장에 설치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영양군 제공

또한 '영양사랑상품권' 판매 부스에서는 최대 15%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이번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지역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연대로 채워졌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먹거리 체험을 넘어 자연재해 이후 상처받은 공동체가 연대와 공감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성금 모금 부스를 통해 총 6천15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성금은 ▷영양군 지정기탁 성금 4천881만원 ▷'다시 봄은 온다' 기부 배지 판매 부스 516만원 ▷영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스 397만원 ▷수비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스 221만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돼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함께한 뜻깊은 나눔의 장이 됐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한마음 한뜻으로 피해 복구를 위해 발걸음을 해준 방문객들과 힘든 와중에도 행사에 참여해 준 군민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영양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양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에 참여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수익 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역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선금으로 전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장에서는 착한 소비를 위한 많은 방문이 이어졌다. 영양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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