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삼국지] 한동훈과 강유…위나라를 가장 증오할 후보는 누구?

입력 2025-04-30 16:21:01 수정 2025-04-30 17:26:32

한동훈(1973-), 강유(202-264).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한동훈(1973-), 강유(202-264).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21대 대선 기간을 맞아 대한민국 정치사 속 인물들을 삼국지정사·연의·게임·드라마·영화 등을 뒤섞어 분석해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시사삼국지'를 검색해보세요.

▶젊다. 이 공통점은 21대 대선에 뛰어든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4월 30일 기준 김문수 후보와 최종 2인 경선 중)와 삼국지 촉나라의 제갈량이 죽은 뒤 그를 대신해 위나라에 대한 북벌을 이끌기 시작한 시기 강유가 닮았다.

'배신'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 것도 닮았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분명 오해다.

삼국지 위략(위나라 중심 역사서)에 따르면 강유는 위나라의 옹주자사 곽회와 천수태수 마준을 수행하다 의심을 받아 버려져 촉나라의 제갈량에게 투항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강유의 재능을 알아본 제갈량이 책략을 펼친 끝에 겨우 사로잡아 "마땅한 인재를 못 찾아 초조하던 터인데, 이제 백약(강유의 자)을 만났으니 소원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자 이에 감복해 강유가 촉나라에 귀순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은 위나라가 자신을 버려 촉나라를 택한 것이었다.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여당(국민의힘) 대표이면서도 즉각 계엄 반대 입장문을 내고 친한계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곧장 '찬탄(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이 지금 그를 '배신자 프레임'이 둘러싸게 만들었다.

2025년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 발표 후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한동훈·안철수·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2025년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 발표 후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한동훈·안철수·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프레임은 프레임일 뿐이다. 반탄(탄핵 반대)이 지배적이었다면,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 8인 중 나경원·이철우 후보가 2차 경선에 진출했어야 한다. 그러나 2차 경선 구도는 찬탄 2명(안철수·한동훈)과 반탄 2명(김문수·홍준표)으로 구성됐고, 다시 최종 경선에는 각 1명씩,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진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이 만약 있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도 팽팽하게 존재하는 셈.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압도적 법리(헌법재판관 8인 전원 탄핵소추 인용)에 의해 파면을 당하면서, 사실상 찬탄이었냐 반탄이었냐 논쟁은 감정적 소모전만 만드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빠르게 탄핵 논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할 경쟁력으로 이슈가 옮겨가고 있다.

강유는 항장(항복한 장수)의 서사를 극복하려는듯 촉나라에서 위나라를 가장 증오하는 장군으로 떠올랐다. 끊임없이 위나라를 괴롭혔고 분전 끝 촉나라가 멸망한 후 '성도(촉나라 수도)의 난'을 일으켜 재기를 꾀하기도 했다. 남은 대선 기간 한달 동안 촉나라(국민의힘)는 '위나라(더불어민주당이라기보다는 이재명 후보)만은 안 된다'는 구호를 내 걸 가능성이 높고, 이때 누가 과연 강유처럼 싸울 것인가가 주목받을 수 있다. 한동훈 후보 또는 김문수 후보, 그리고 장외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까지도 그런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다.

유선, 황호. EBS 삼국지 52화
유선, 황호. EBS 삼국지 52화

▶즉, 누가 국민의힘의 강유가 될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데, 또다른 비유인 암군 유선(유비의 아들, 촉나라 2대 황제)과 환관 황호의 맥락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유선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삼척동자도 금방 알아차리는 비유이다. 유선의 최측근 황호는 강유의 위나라 북벌 때 끊임없이 훼방을 놓은 간신이고, 그런 세력의 수장이었다. 역시 연상되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강유는 결국 실패한 인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제갈량도 달성하지 못한 위나라 북벌 및 천하통일이 강유에겐 더욱 어려운 과제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21대 대선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치러진 19대 대선을 빼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에 그 전망을 깨부술, 강유처럼 투신할 인물이 필요한 게 국민의힘 내지는 보수 진영의 절박한 사정이다.

▶생각해 볼 문제=제갈량 사후 촉나라가 마냥 썩은 건 아니었다. 황호가 득세하기 전 장완과 비의 같은 능력자들이 강유의 북벌을 뒷받침했다. 지금 국민의힘의 황호는 누구이고, 장완·비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