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 "혼란한 세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화합'의 자세"

입력 2025-04-29 14:30:29

"십시일반 부처의 마음으로 산불피해 조속히 회복되길
쉽게 할 수 있는 명상, 복잡한 마음 다스리는 데 도움
청소년 팔공산 지킴이·외국인 템플스테이로 '열린 불교'
사명대사 기념관 사업 막바지…호국불교 정신 계승할 것"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24일 오전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24일 오전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오는 5월 5일은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의 봉축 표어로 불교계는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Peaceful World, Compassionate Mind)'이라는 표어를 선정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평화와 안정을 찾고, 자비로운 마음을 키워 조화롭고 평안한 사회를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전쟁과 갈등이 일상이 되고 '각자도생'이 당연해진 오늘날 사회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모으라는 부처의 가르침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 또한 "너와 나, 나와 너를 가르지 말고 한 마음으로 합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라 강조했다.

-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구 경북 지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최근 영남권 산불로 인해 마음이 아프고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한다. 십시일반 부처의 마음이 모여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란다.

- 2030세대의 종교관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절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

▶과거에는 초중고 학생회를 통한 활성화가 가능했다면, 오늘날에는 결혼도 출산도 줄어드는 것처럼 젊은 세대가 살아가느라 바빠서 종교 활동을 병행하기도 힘들어진 듯하다. 그렇다 보니 종교와 상관없이 청년들이 보다 절을 가까이할 수 있는, 나아가 미래의 불자가 될 수 있는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팔공산 동화사 지킴이'는 3기째 이어져오고 있다. 발대식 때마다 참여해 시작을 함께하고 있다. 종교와 무관하게 대구 지역의 학생 100여 명이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환경 정화 운동, 산불 예방 캠페인을 하고 가는 활동이다. 또 하나로는 사찰에서 편안하게 머물다 가는 템플스테이가 있겠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들은 내국인만 받는 곳과 내·외국인을 함께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나뉘며 내국인만 받는 절이 다수다. 동화사의 경우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절로, 많은 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그중 일부는 불자가 되기도 했다.

- 동화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돼있나

▶일반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눠진다. 체험형은 스님과의 차담, 명상, 백팔배, 아침 예불 등을 말 그래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최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체험형 중 사찰음식 만들기도 운영 중이다. 휴식형은 체험보다는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잠시 잊고 조용한 절에서 편안하게 쉬고 가면서 새벽 예불 참여가 가능하다. 작년에는 템플스테이에 약 7천 명이 와서 여러 경험을 하고 갔다.

- 세대 불문하고 모두가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은 듯하다. 마음이 복잡할 땐 어떻게 다스리면 좋은가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명상을 권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만히 바로 앉아서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든지, 할 일을 정리한다든지 개인적으로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도움이 될 거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24일 오전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24일 오전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주지스님 취임 1주년 소감과 기억에 남는 순간도 궁금하다

▶본사 주지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살림을 맡아 지내다 보니 1년이 지났다는 자각도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큰 영광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지난해 주지가 되고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제등행렬을 하게 됐다. 두류공원에서 반월당까지 4㎞ 넘게 걸어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해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때 아이부터 어른 할 것 없이 구경 나온 시민들이 박수를 치면서 반가워하는 모습이 크게 남아있다. 덕분에 끝까지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추진하신 사업이나 변화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전임 주지스님께서 시작해 올 연말~내년 봄 사이 완공 목표로 막바지 진행 중인 '사명대사 수장고·박물관, 체험관 및 교육관' 사업이다. 우선 사명대사 수장고·박물관은 지하 1,2층과 1층에서 유물 전시와 보관의 기능을 함께한다. 교육관·체험관은 후세들에게 사명대사의 업적에 대해 널리 알리기 위함으로 90세가 넘은 방장 스님께서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계신다. 사업들을 설명하기에 앞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지켰다면, 성벽을 만들어 나라를 지키게 해준 역할을 하신 분이 사명대사다. 일본에 가서 왜장을 무릎 꿇리고, 우리나라 목공수들부터 도장, 도기를 만드는 기술자들까지 3천여 명을 다시 데려온 일 등 많은 일들을 하셨다. 동화사 봉서루 누각에는 '영남치영아문'이라는 명패가 걸려 있다. 영남 지역 승병 본부 출입문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교육하던 기관이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현판이다. 전국에 있는 20여 개의 사명대사 진영(眞影·초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진영(보물 105호)도 동화사에 남아있다. 조선을 지키던 승병 지휘소이자 본거지로서 사명대사의 호국불교 정신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최근 '총림 해제' 사태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팔공총림의 교권과 인권이 유린된 안타까운 일이다. '총림'이란 수행하는 선원, 경전을 가르치는 강원, 승려를 양성하는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한다. 해제 사유로 율원과 강원이 운영되지 않는다고 지적됐지만, 지난해 율원에 다녔던 학생만 32명, 강의하는 스님들에게 급여를 지급 중이며 강원도 마찬가지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 다른 문제로 지적된 예산도 교육기관 행정 감사에서 실질적으로 예산에 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해제 사유에 관해 소명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의돼 절차상에도 하자가 있기 때문에 부당한 결정이다. 팔공총림이 정상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제3자의 시각에서도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대구경북 지역 유일한 총림 회복을 위해 호소문을 발표하고 시도민들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전 세계적으로 분열과 갈등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에 전할 화두 하나 제시해주신다면

▶대내외적으로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이지만 너와 나, 나와 너를 분리하지 말고 한마음으로 합치는 '화합'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주장만 펼치지 말고 전체를 볼 줄 아는 통합이 필요하며 이는 정치적, 외교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과 국민 모두 화합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희망한다.

☞혜정스님은

1960년 경북 문경 대승사에서 동진 출가해 1970년 은해사에서 의현스님(현 팔공총림 방장)를 은사로 사미계를, 1976년 동화사에서 영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화사 승가대학 졸업 후 대구 안일사와 정법사 주지를 지냈고 제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23일 동화사 주지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