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보니 행복이다] 강진주·권효섭 부부 "가족 모두 건강한 것만도 복된 삶이죠"

입력 2025-05-08 13:13:18 수정 2025-05-08 17:44:46

인공수정으로 첫재 둘째, 자연임신으로 막내까지 세 아이 출산
아이들 어느 정도 성장하니 제 생활로 바빠..가족 함께 하는 시간 소중해

권효섭·강진주 씨 부부와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거실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권효섭·강진주 씨 부부와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거실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권효섭(50)·강진주(49) 씨는 결혼 24년차 부부다. 남편은 대구축산농협 동대구IC점 하나로마트 관리자이고, 아내는 키움에셋플래너 FC(보험모집인)로 일하고 있다. 자녀는 중학교 3학년생 덕범(14), 중학교 1학년생 단미(12), 초등학교 5학년생 단아(11) 세 명이다. 이만큼 성장하니 부부의 육아 부담도 확 줄었고 부부간 육아 분담이랄 것도 별다른 게 없다.

아이들 학교가 다 달라서 통학은 남편과 아내가 나눠 담당하고 식사 준비는 아내가, 남편은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식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육아하느라 힘도 들었지만 이제는 모두 제 생활로 바빠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 아이는 인공수정, 막내는 자연임신으로 출산

강진주 씨는 결혼 전부터 몸이 약했다. 부인과 질환을 가지고 있어 출산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하고 5년쯤 지나니 남편도 그렇고 자신도 아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세를 계획하게 됐고 자연임신은 힘든 상황이라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다행이 한 번 만에 첫 아이 덕범을 얻었고 둘째 단미도 단번에 인공수정에 성공했다. 신기한 것은 두 아이 출산 과정에서 몸이 건강해졌는지 막내 단아는 의학 기술의 도움없이 자연임신으로 갖게 됐다는 것. 강 씨는 "형제자매가 없는 집에서 자란 탓인지 가족이 많은 게 좋다"며 "늦게라도 자녀를 갖기로 결정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 같다"고 했다.

엄마가 보는 세 아이의 특징은 다들 공부에는 그닥 소질과 관심이 없지만 순하고 느긋한 성품은 장점이자 자랑거리다. 첫째 덕범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잘 하는데 그 중에서도 농구는 따로 배우기도 할 정도로 좋아한다. 친구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말도 학교 선생님한테 전해 들었다.

둘째 단미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밖에서는 말을 거의 안 하는데 집에서는 곧잘 한다. 제빵 등 요리에 관심이 많아 온라인으로 혼자 배우고 집에서 실습도 자주 한다. 셋째 단아는 그림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즐기고 조곤조곤 본인 생각을 잘 표현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표현하는 관점이 남다른 편인데 창의적인 생각의 소유자라고 느낄 때가 많다.

남편 권효섭 씨가 아이들 공부를 봐줄 동안 아내 강진주 씨는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남편 권효섭 씨가 아이들 공부를 봐줄 동안 아내 강진주 씨는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자녀 부모는 미안한 게 많아요

다둥이 맘이라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아이 덕범이가 여덟 살 때 남편 없이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베트남 여행을 갔던 일이다. 그런데 버스투어를 하는데 중간중간 단미와 단아가 번갈아 가며 잠이 드는 게 아닌가. 두 아이를 업고 버스를 오르내리느라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는 그는 "그때는 힘들었지만 돌아켜보니 다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학부모 모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다른 학부모들은 기껏해야 자녀가 한두 명이 전부인데 그는 세 자녀 모두 동반하다 보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주눅이 들곤 했다. 그는 "자녀 한 명을 놓고 학부모들끼리 얘기를 주고받는 자리인데 저만 아이 둘 또는 셋을 데리고 가니 주의력 분산 등 폐를 끼칠까봐 몸 둘 바를 모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자녀이다 보니 자녀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고 신경을 충분히 써 주지 못한 점이 미안한 부분이다. 물질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인데, 한 자녀 가족에 비해 세 아이에게 학원 등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이 때문에 강 씨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 혜택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며 "그 혜택도 실생활에 도움되는 부분에서 제공되고 많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제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전기세·가스비 할인의 경우 몇 천원 정도의 할인이라 가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는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전기세나 가스비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며 "이런 부분만 세이브 돼도 아이들 학원 하나 더 보낼 수 있지 않겠나"고 피력했다.

반면 남편 권 씨는 "직장에서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고 하는 배려를 가끔 받곤 한다"며 "최근 2, 3년 사이 다자녀 가정을 위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둥이 3남매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식탁에 놓인 빵과 과일을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둥이 3남매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식탁에 놓인 빵과 과일을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아이들이 생각하는 다자녀 가정 장단점은

이 집은 현재 위로 아이들 둘이 사춘기다. 첫째는 중 2였던 작년에 정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좀 사그라들었고 둘째는 막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와 달리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살갑게 지내지 않고 데면데면하다. 대화도 별로 없다. 막내 단아만 여전히 오빠·언니 바라기다.

형제자매가 많아서 좋은 점을 물었더니 역시나 대답들이 시원찮다. 첫째 덕범이는 딱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심심할 때 동생들이랑 말하면 덜 심심하다는 정도다. 둘째 단미는 장점은 생각 안 나고 단점만 생각난다고 했다. 동생이 자기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기 일쑤라 못마땅하고, 부모님 차로 등교할 때도 동생이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자기까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내 단아는 본인이 이 집에서 서열이 제일 낮아 차를 탈 때면 제일 선호하는 앞자리 조수석이 자기한테까지 순서가 오지 않는다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2년 전 조수석을 기습 점령했다 덕범, 단미에게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던 적도 있다.

음식 쟁탈전도 이 집 아이들이 말하는 다자녀 가정의 불편한 부분이다. 하지만 엄마 강 씨는 "먹을 것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서로 많이 먹으려 경쟁을 벌인다"며 "그러다 보니 가리는 것 없이 이것저것 잘 먹는다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도 이 집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골 시빗거리다.

그렇다고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로 드러내지 못하는 끈끈한 속정이 아이들한테 숨어있다. 첫째와 둘째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나중에 커서 결혼하면 가족 모임도 자주 갖고 친하게 지낼 것 같다"고 했고, 막내는 "언니 오빠가 있어 좋다"며 웃었다.

엄마 강 씨는 "형제자매가 많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 나중에 다 크면 알게 될 것"이라며 "그때는 '엄마아빠, 고맙습니다'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둥이 3남매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거실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둥이 3남매 첫째 덕범, 둘째 단미, 셋째 단아가 거실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가족끼리 많은 시간 보내고파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과 초등 고학년이 되다 보니 평일에는 각자 스케줄로 바쁘다. 주말에도 각자의 또래 친구를 만나거나 개인 시간을 갖는다. 이렇다 보니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부부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거의 뭉쳐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각자 생활만 하는 느낌"이라며 "편하고 여유로운 면도 있지만 이제 아이들이 우리 옆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들 가족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모두 모여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기로 원칙을 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집에 들여온 고양이 두 마리 덕에 아이들 얼굴 보는 일도 조금 늘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도 각자 방에 들어가 지내던 아이들이 고양이와 놀아주려고 거실에 나오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엄마 강 씨는 "다른 욕심은 없고 가족 모두 건강한 지금 이대로가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주변에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을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만도 복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빠 권 씨는 "외식하러 갔을 때 단촐한 가족보다 식구수가 많은 우리 가족이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며 "아이들한테 바라는 바는 뭘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막내 단아는 "웃는 가족이 됐으면 한다"며 "아파트 대출이 있다고 들었는데 빨리 대출 다 갚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