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전쟁 중간 점검, '强 대 强' 대치 국면

입력 2025-04-13 16:02:03

NYT "시진핑은 중국 인민 고통 감내시킬 각오"
인민일보 "미국이 다자무역 체제 파괴자"
국제 여론전마저 명분 얻은 중국, 강경 대응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전하러 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전하러 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치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를 압박했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구촌의 양대 강국을 지향하며, 단일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미국에 맞불 작전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의 강한 반발에도 관세 정책을 강행할 뜻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 세율 10%는 국가별 상호관세의 하한선 수준"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중국에 아픈 곳 노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맞불 작전으로 연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곳'이 노출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중국 관련 고정 칼럼 '새 신세계'(The New New World·新新世界)가 "트럼프가 중국과 대치하며 아픈 지점을 들켰다"고 진단했다.

이 고정칼럼을 집필하는 위안리(袁莉) 기자는 1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절대권위를 지니고 통치하는 시진핑은 중국 인민이 고난을 견디도록 할 각오가 되어 있음을 입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견해를 밝혔다.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시 주석은 경제난과 민생파탄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감수하고 외곬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NYT 칼럼은 '무롱쉐춘'(慕容雪村)이라는 필명을 쓰는 중국 출신 망명자 소설가 하오췬이 최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쓴 글을 소개했다. 하오췬은 "관세, 그리고 심지어 경제제재는 시진핑이 압력을 느끼는 지점이 아니다"며 "그는 관세가 보통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고통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중국 탓에 물러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라는 명목으로 세계 각국에 물리려던 추가 관세를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키로 한 것이 결국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무차별 공세에 명분까지 잡은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평론에서 "미국은 한때 다자무역체제의 주요 창립자이자 장기적 수혜자였으나 이제는 그 체제의 최대 파괴자로 전락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인민일보는 "최근 수년간 미국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빠져 관세 위협을 휘두르며 일방적 괴롭힘으로 국제 규칙을 짓밟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위협은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과 반대 방향으로 하는 것이며, 더 심각하게는 약소 경제체와 가장 발달이 늦은 국가들의 생존 공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11일 베이징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관세폭탄'을 퍼부은 미국을 향해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