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항구 거래 삐걱…매각 딴지 거는 중국

입력 2025-03-30 14:35:04 수정 2025-03-30 19:07:42

중 '파나마항구 매각 반독점 조사…CK허치슨, 최종 서명 보류
당국 압박에 내달 2일 예상됐던 미 블랙록과 계약체결 미뤄져

파나마 운하 아구아 클라라 갑문 통과하는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파나마 운하 아구아 클라라 갑문 통과하는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파나마 운영권을 가진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와 미국 기업 블랙록 간 거래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파나마 운영권을 두고 중국과 미국 간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CK허치슨 압박

CK허치슨과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은 당초 다음 달 2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5개 가운데 2개를 운영해온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고 145일간 우선협상을 하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228억 달러(약 33조5천억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뒤늦게 이 계약 문제에 뛰어들면서 CK허치슨을 강하게 압박했다. 중국의 시장규제·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 28일 홈페이지 문답 형식으로 올린 입장문에서 이 거래에 대해 "반독점 부서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심사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보호하고 사회의 공공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블룸버그통신은 SAMR 등 중국의 여러 기관이 국가 지도급 인사들의 지시를 받아 이번 거래에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가 기관이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이 관련된 거래를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CK허치슨은 리카싱 청쿵(CK·長江)그룹 창업자 가문의 주력 회사다.

SAMR은 언제 조사를 시작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사 대상이 이번 거래 전체인지, 아니면 파나마 운하 항구 두 곳에 초점을 맞출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FT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SAMR이 지난주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매각이 중국 국내 해운과 국제 화물거래 시장에서 법규를 위반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격노설 나와

중국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CK허치슨은 블랙록 측과의 최종 계약 체결을 미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매각에 대해 격노했다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최근 나왔다. 시진핑이 격노한 이유 중 일부는 CK허치슨이 매각 전에 미리 베이징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아서다. 시진핑 지도부가 당초 파나마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협상카드로 이용하려고 구상하고 있었으나 매각 추진 발표로 이런 구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 27일에는 "이번 거래를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바라는 여론에도 관련 기업은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홍콩 기업으로서 국익과 민족적 대의의 관점에 따라 국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거래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공보 기사를 게시했다.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도 29일 파나마 운하 항구 매각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위위안탄톈은 해당 글에서 CK허치슨의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가 "상대방에게 칼을 건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위협 아래 기업이 항만 운영권을 매각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동으로 패권주의를 부추기고 세계에 더 많은 갈등과 충돌을 가져올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