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첫 산불 발생지, 사상자 없어…신한용씨의 발빠른 대처 덕분
선한 마음에 전국서 소중한 선물 답지
신씨, 전재산 잃었지만 되레 어르신들의 쉼터 마련…"모두가 내 부모님"
"대피하라고 고함을 치는데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는 어르신을 냅다 업고 달렸습니다."
지난 25일 청송에서 넘어온 불이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를 덮치는 데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면사무소 대피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모두 죽겠다고 생각한 신한용(36) 씨는 마을을 뛰어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쳤다.
하지만 청력을 잃은 할머니는 신 씨의 고함을 그저 인사로 여기며 집안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신 씨는 주저 없이 할머니에게 달려가 등을 내밀었다. 할머니와 차에 오르는 순간,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큰 불이 바람을 타고 집으로 몰아치는 사이, 그는 어르신 1명을 더 태운 뒤 읍내로 내달렸다.
그 와중에도 마을로 올라오는 차량을 마주 막아서며 접근을 막았다. 그 덕분에 당국의 늦은 대피명령에도 불구하고 이곳 마을에서는 단 1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신씨는 "어린 시절 저를 업어 키워주신 분들인데, 만약 망설이다가 어르신들이 화를 당했다면 평생 죄스러워하며 살았을 것"이라며 "모두가 무사해 너무 다행스럽다"고 했다.
신 씨는 이곳에서 대를 이어 친환경 사과·배·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7년 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 지금까지 홀로 3천 그루가 넘는 과수를 돌보며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다.
과수원 확대 등으로 생긴 10억원에 달하는 빚을 조금씩 정리하며 여유가 생기려나 싶었는데, 지난 25일 닥친 '괴물 산불'은 그의 꿈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나무는 모두 열에 익어버렸고, 땅은 검게 죽었다. 불길이 덮치기 전으로 돌아 가가 위해선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될 지 본인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그래도 그는 그저 넋 놓고 있지 않았다.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제일 먼저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컨테이너 3동부터 빌렸다. 그나마 남은 과수를 돌보느라 대피소로 가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다.
그의 이타심이 전해진 것일까. 인터뷰 도중에도 부산과 강원에서 보낸 선물이 속속 도착했다.
이날 부산에서 이곳을 찾은 한 쇼핑몰 운영자는 "오늘밤 춥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해져 창고에 보관 중인 옷을 무작정 들고 왔다. 꼭 힘내시고 더 못해드려 미안하다"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신씨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9일 오후 그를 만나고 영덕읍내로 나가는 길목에는 엿가락처럼 녹아내린 집과 검게 그을린 산야가 계속 반복됐다. 휴대전화는 여전히 개통과 먹통을 되풀이했다. 당시의 긴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저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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