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선택, 트럼프와 브로맨스 VS 전쟁 완승

입력 2025-03-13 17:12:59

美, 러시아에 공 넘기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 재개
푸틴, 유리한 국면 이용해 시간 끌며 어려운 조건 제시
카드가 없는 우크라이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야

12일(현지시간) 교전이 한창인 쿠르스크 지역을 방문해 전 지역을 탈환하도록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교전이 한창인 쿠르스크 지역을 방문해 전 지역을 탈환하도록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종전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중재로 행복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을 넘겨받은 러시아는 "결정은 우리가 한다"며 주도권을 쥐고, 향후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흑해로 진출하는 교두보(우크라이나 동쪽지역)를 확보한 데다, 쿠르스크 지역마저 3분의 2를 탈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미국은 "러시아 금융에 매우 나쁜 일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가능한 빨리 일체의 전투 행위가 중단되기를 희망한다.

◆크렘린궁 "휴전안, 면밀하게 살필 것"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전날 30일간의 일시 휴전안을 추진한다는 방안에 합의한 것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미국 측이 며칠 안에 해당 협상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미·러 양국 정상이 재차 전화통화를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종전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장에서 우위라고 판단해 지난 1월까지도 일시휴전을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친러시아 성향을 노골화하며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을 180도 전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 덕분에 교착을 풀고 기세를 올렸다.

바로 휴전에 들어간다면 수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이룬 진군이 빛을 잃을 수 있는 까닭에 미국이 주도한 제안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교전 중지 제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특정 수준의 변화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배제, 미-러 본격 협상 국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조만간 러시아를 재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이번 주 중 대화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휴전과 관련한 톱다운식 논의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쿠르스크 지역을 대부분 탈환하면서, 협상은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직접 쿠르스크 전투 사령부를 방문해 회의를 진행하고, 완전 수복을 지시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도 전황도 좋다. 종합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탈유럽 행보로 서방의 대러 전선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개전 초 키이우 함락에 실패하고 패주한 이래 최대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러시아 내 주전론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일시휴전을 제안한 건 전선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려는 함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칼에 이를 거절해 '신속한 종전'을 장담한 트럼프의 체면을 구기는 것도 러시아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크렘린궁 상황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대로 휴전이 이뤄지길 원하며 합의까지 시간을 질질 끌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