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시공간이 포개진 모호한 경계를 그려내다…갤러리CNK, 이성경 개인전

입력 2025-03-03 12:53:39

2월 25일부터 4월 12일까지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성경 작가. 뒤로 보이는 작품은 구름과 파도의 모호한 경계를 담은 신작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성경 작가. 뒤로 보이는 작품은 구름과 파도의 모호한 경계를 담은 신작 '흐르는 경계'다. 이연정 기자

이성경 작가의 그림은 분명 현실의 모습을 그려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이고 꿈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네가 모든 빛을 담기 위해 시공간을 끈질기게 탐구한 것처럼 그는 공간을,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시간을 압축해 여러 차원의 집합체를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어쩌면 익숙할 지도 모른다. 2023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연계 청년특별전에 단독으로 참여해 전시장을 채웠기 때문. 당시 한지와 목탄을 재료로 해, 유리 빌딩이나 창문 등 이중 프레임의 경계를 소재로 독특한 표현 방식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갤러리CNK(대구 중구 이천로 206)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 '흐름선'은 프레임 안팎이라는 공간의 경계뿐 아니라 시간의 경계까지 탐구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흐름선은 그간 몰두해 온 경계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서로의 의미에 관여하면서도 대립하는 대상들의 사이에 있는 불분명한, 단정지을 수 없는 영역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시선을 한 화면에 포개거나 그림자를 활용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느낌으로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그 풍경이 각자에게 느리게 닿을 수도, 빠르게 닿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최근의 작업들은 각자에게 다른 경험으로 마주하게 되는 풍경의 순간들을 포개려 했다"고 덧붙였다.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에 전시된 이성경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에 전시된 이성경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그는 한지에 목탄, 채색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그려나간다. 잘못 그리면 지울 수 없다는 공포심 때문에 먹 대신 목탄을 택했는데, 지웠을 때 어렴풋이 남은 자국이 그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지는 그의 터치를 포용하며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이제 지우기를 반복하고 색을 입히기보다, 남겨지는 색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던 초기 작품의 감정적인 표출을 지나 순간의 감정을 덤덤히 담아내는 수렴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와도 모호한 경계에 맞닿아 있다.

대립과 반목이 팽배한 사회. 그의 작품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작은 균열을 일으켜 다양한 시선을 보게 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제 작업은 제가 바라보는 세계를 감각하고 느낀 방법을 소통하는 창구인 것 같아요. 현실에 현실을 붙이면 비현실적 풍경이 될까, 비현실에 비현실을 붙이면 현실이 될까 와 같은, 경계에 대한 물음을 좇아 계속 쌓아나가듯 작업을 해나가려 합니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 일, 월요일 휴관. 053-424-0606.

갤러리CNK에 전시된 이성경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에 전시된 이성경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